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사업 의혹을 받고 있는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가 8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은 남욱 변호사와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만들기 전부터 성남시의원들을 수시로 접촉하며 골프 접대 등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들이 성남시의회 의원들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8일 복수의 전·현직 성남시의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1년 6월께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사업권을 넘겨받은 남욱 변호사 쪽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남시의원들에게 접근해 ‘대장동 땅을 민간이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김씨와 남 변호사가 언제부터 경제공동체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2014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김만배씨가 여러 성남시의원들과 어울리는 것을 목격했다. 일부는 골프 접대도 받고 서울 강남에서 술 접대를 받았다고 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성남시의원들은 김씨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은 김씨를 그냥 ‘만배야’라고 부르는 등 상당한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민간개발업자들이 성남시의원들에게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그는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든 시의회에서 떠들면 일이 늦어지고 공무원들도 움직이지 않으니까, 일종의 ‘보험’을 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보다 앞서 2000년대 후반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대장피에프브이 대표 이아무개씨 등은
최윤길(화천대유 재직) 전 성남시의회 의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대장피에프브이는 2010년 1월께 지방선거를 준비 중인 ㄱ아무개 의원 선거사무실에 사람을 보내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도와달라’며 돈봉투를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ㄱ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돈봉투를 내던지며 그 사람을 밀쳐냈지만, 2015년께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후 대장피에프브이 쪽은 같은 해 6월 최윤길 시의원에게 차량 구입비로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대장피에프브이 쪽은 ㄱ의원과 최 의원뿐만 아니라, 당시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ㄷ의원에게도 돈을 건네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는 8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에서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배당금이 정치 후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또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경찰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700억원 약정설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화동인 1호가 2019년 10월 62억원에 사들인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서판교)의 타운하우스 한채에 대해서는 “그건 제가 직접 계약했다”며 취재진이 ‘화천대유 최대 주주 김만배씨가 밝힌 것처럼, 타운하우스 용도가 모델하우스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기성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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