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통령님의 엄정한 수사 지시를 믿고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우롱하는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주십시오. 대통령님께 면담을 요청합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지난 5월 숨진 공군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아버지는 이 중사의 사진을 가슴과 등에 걸고 ‘원통한 마음으로 면담 요청드립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그는 군에 대한 불신의 의미로 옷에 이 중사가 처음 부대를 배정받았을 때 받은 공군 배지를 거꾸로 달고 있었다. 그는 대통령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버지가 시위에 나선 건 전날 군인권센터가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공군본부 소속 법무관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군인권센터는 녹취록을 토대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이 성추행 사건 수사 초기에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은 전 실장에 대해 지난 9월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 관련 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아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전 실장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 실장의 주장은 녹취록 내용과 상반된다. 군인권센터는 서욱 국방부 장관 경질,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대통령이 장례식장에서 엄정하게 수사해 이 중사의 명예를 되찾아주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대통령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해준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수백만 젊은이들과 그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며 “여군의 꿈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희망을 저버리지 않게 해달라”라고 강조했다.
입장문을 통해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전 실장은 이날 군인권센터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녹취록 제공자를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녹취록에 언급된 당시 보통검찰부장과 선임 군검사로 언급된 전아무개 소령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녹취록에 대해 “양측 내용이 서로 상반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이날 낮 12시5분께 육성철 청와대 사회통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김윤주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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