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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직↔로펌 회전문…김앤장에만 ‘비법조인 고문’ 87명

등록 2022-04-06 17:09수정 2022-04-07 02:41

비법조인 공직자 출신, 로펌 거쳐 다시 공직으로
기업 이익 대변하다 복귀…취업 제한 장벽 없어
법조인 출신처럼 수임 자료 제출 의무화할 필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4년4개월간 18억여원의 고문료를 받아 논란이 이는 가운데, 비법조인 고위공직자 출신이 대형 로펌을 거쳐 다시 공직에 발탁되는 과정에 견제 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펌 등에서 기업을 대신해 맡았던 대관 업무의 내용과 성격, 고문료 등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없어 공직→로펌→공직 회전문이 잠금장치 없이 돌아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

6일 <한겨레>가 김앤장 누리집에서 확인한 ‘공직자 출신 비법조인 고문’은 모두 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장관급과 다수의 차관급 공무원 출신, 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기업 관련 규제·감독 기관 출신 등이 포진해 있다. 당장 이들 만으로도 주요 내각과 기관장 인사를 할 수 있는 규모다. 한 법조인은 “이들이 받는 고액 연봉을 보면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비법조인 고문들은 일종의 ‘고위공직 예비군’이다. 정부부처나 감독기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공직자가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을 거쳐 다시 공직에 복귀한 사례는 한덕수 후보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한승수 전 총리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마친 뒤 2004년부터 총리 임명 직전인 2008년까지 김앤장에서 일했고, 총리 퇴임 뒤엔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돌아갔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감독원장에서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경우다. 박근혜 정부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공직 퇴임 뒤 김앤장에 있다가 장관에 발탁됐다. 모두 비법조인 전직 고위공직자로 김앤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고문을 지낸 이들이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재취업을 목적으로 한 유착, 이해충돌 및 전관예우 방지 차원에서 퇴직 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 로펌 등으로 ‘직행’하는 경우를 제한한다. 이마저도 취업심사 통과율이 80~90%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 로펌 고문 직함을 달고 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하던 퇴직공직자가 다시 공직으로 복귀할 때는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취업 제한 장벽이 아예 없다. 한 변호사는 “전관의 대형 로펌행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은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나 경험을 로펌에서 흡수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반대로 로펌이나 사기업에서 일한 뒤 공직으로 가는 걸 제한하기는 명분이 크지 않다. 직업자유 침해 소지도 있다”고 했다.

김앤장. &lt;한겨레&gt; 자료사진
김앤장. <한겨레> 자료사진

그나마 판·검사 출신 로펌 변호사의 공직 재진출에 대해서는 변호사법에서 얕은 장벽을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국회는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를 방지하겠다며 2013년 5월 법조윤리협의회가 보관하고 있는 공직 후보자의 로펌 재직 중 수임자료를 국회가 의무적으로 제출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17개월 일하며 15억9천만원을 받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수임자료 내역 열람을 법조윤리협의회가 거부한 것이 법 개정의 발단이 됐다.

그러나 이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이의 수임자료에만 적용될 뿐 한덕수 후보자같이 변호사 자격 없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거액을 받은 사람의 경우에는 제출 의무가 없다. 법조윤리협의회는 <한겨레>에 한덕수 후보자의 업무내역서를 보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국회로부터 자료제공 요청이 오지 않았다. 요청이 오면 (자료제공 여부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법 전문가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 퇴임 변호사에 대해서는 국회가 인사청문회 때 자료를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변호사 아닌 퇴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법 조항에 언급이 없다. 결과적으로 법의 흠결”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회전문 인사가 반복될수록 공직사회가 대형 로펌 영향력 아래 포섭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펌이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하면서 고위공직자를 영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들의 업무 능력만을 봤다기보단 공직에 있으면서 쌓은 인맥 등을 활용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전문 인사의 폐해는 정부부처 등이 기관장이 몸담았던 로펌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후관예우’ 문제도 발생시킨다. 전관예우를 연구해온 윤태범 방통대 교수(행정학과)는 “전관이 김앤장으로 갔다가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김앤장이 ‘전관 저수지’가 된 상황이다. 민간에서 공직으로 갈 때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을 하는 것처럼, (회전문 인사를 막을)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 깊어가는 ‘권력과의 교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0651.html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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