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최근 해병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 구속과 해당 부대 해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해병대 최전방 부대인 연평부대에서 3명의 선임병이 후임병 한 명을 상습 폭행하고 성희롱과 추행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군은 기소 의견으로 가해자들을 군검찰에 넘겼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명이 머무는 생활관에서 ㄱ병장, ㄴ과 ㄷ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구타하고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피해자에 대한 가혹 행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됐으며, 참다못한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부대 내 행정보급관에게 보고하기 직전까지 이뤄졌다고 전했다.
센터는 “가해자 중 ㄷ상병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복도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를 친 뒤 웃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ㄴ상병 역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에는 ㄱ병장과 ㄴ상병이 ‘격투기를 가르쳐 주겠다’며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뒤 배를 꼬집고, 가슴 부위를 빨래집게로 집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한다. 특히 센터는 가해 선임병들이 피해자의 음모를 이발기로 깎고, 이후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자의 성기를 보여주도록 강요하는 등 “성고문이 이뤄졌다”고 했다.
센터는 또 “해병대의 오랜 악습인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식고문까지 벌어졌다. 스파게티면과 소스를 더러운 손으로 비빈 뒤 ‘선임이 해준 정성스러운 요리’라며 먹기를 강요했고,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먹어야 했다”고 밝혔다.
가혹행위는 피해자 신고로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에게까지 보고되면서 공론화됐다. 해병대 군사경찰대는 가해자들을 불구속 수사하고 군검찰로 송치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범죄가 반복적, 집단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 간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인권 운운하며 가해자들을 풀어놓은 것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아전인수식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반복적인 가혹행위 사건에도 안일한 부대 관리로 인권침해를 방조한 연평부대에 대한 부대 진단을 통해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국방부에는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해병대 인권침해 사건 처리 과정을 점검하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 문책할 것을 촉구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이날 “해당 부대는 지난 3월 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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