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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역의 외침’ 6년인데…신당역 채운 질문 “왜 죽어야 하나”

등록 2022-09-16 17:12수정 2022-09-16 23:58

시민 발길 이어진 신당역 ‘추모의 장소’
“여전히 여성들 죽음으로 내몰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들머리에 16일 낮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한 시민이 추모글을 적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들머리에 16일 낮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한 시민이 추모글을 적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돌아가신 분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상상이 안 된다. 이 추모공간을 통해 제발 모두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았으면 한다.”

16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만난 여성 김아무개(29)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일부러 왔다고 했다. 지난 14일 저녁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직장 동료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한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있으니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토킹 범죄 처벌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이날 숨진 피해자 ㄱ씨(28)를 추모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는 분노 등의 감정이 사건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휘감았다.

신당역 여자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벽’은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 대상 강력 범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메모지)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숨진 피해자를 추모하며 과자와 커피, 조화를 놓고 갔다.

‘여성이 안전한 세상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노동하는 공간이 나를 위협하는 공간이 되다니 너무 슬픕니다’, ‘살아서 퇴근 하고 싶다’ 이날 오후 기준 150여개의 메모에는 추모와 더불어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하는 사회를 염원하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게 놔둔 판사와 공사는 반성하고 각성하라!’ ‘피해자에 대한 동선을 알게 한 건 미필적 고의가 아닙니까?’ ‘내가 가장 슬픈 것은 피해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터에서 자신의 일을 했다. 포기한 것은 법원과 경찰뿐이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1심 판결 하루 전 그는 죽었다. (…) 왜 구속하지 않았나. 왜 여성은 스토킹 당하고 법에 외면받은 채 죽어야 하나. 왜. 이 수많은 ‘왜’ 앞에 답하라’ 같이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한 법원과 경찰,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을 묻는 글도 있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경찰에 가해자 전아무개(31)씨를 각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전씨는 직위해제가 됐음에도 범행 3시간 전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위치와 시간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당역을 찾은 이들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사건 당시 현장 주변에 있었다는 김아무개(30)씨는 “아직도 두렵고 무섭다. 회사가 신당역 주변이라 매일 왔다 갔다 하는데 제발 이런 범죄가 더이상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고 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신당역 3번 출구에서 열린 진보당의 ‘불법촬영·스토킹·여성혐오 범죄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직장인 이희준(27)씨는 “2016년 강남역 추모의 외침(강남역 살인사건)으로부터 벌써 6년이 지났다. 여전히 법은, 정부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신당역을 찾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일선에서 수사 중인 스토킹 사건에 대해서는 정밀 점검을 실시하여 유사사례를 방지하고, 위험성이 높거나 재발 우려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잠정조치(접근금지·구치소 유치 등)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붙은 한 시민의 추모 메시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붙은 한 시민의 추모 메시지.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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