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전장연 사무실을 찾은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 등과 면담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19일까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 탑승 선전전을 멈추기로 했다. 대신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 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20일부터 열차 지연을 동반한 출근길 시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오후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공사)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전장연 사무실에서 전날 약속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엔 김석호 공사 영업본부장을 포함한 임직원 5명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김 영업본부장은 “법원 조정안 등 서로 고민이 있는 만큼 어떤 입장인지 듣고자 왔다. 자주 소통하면 서로의 입장과 인식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소통 결과를 공사 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잘 보고해서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오후 2시10분께부터 시작된 면담은 오후 3시10분께까지 한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전장연은 면담을 마친 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달 19일까지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는 출근길 선전전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면담 자리에서 공사는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냉각기를 가지자고 제안했다”며 “냉각기를 가지는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자리를 추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추경호 부총리나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0일 열차 지연을 동반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오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법원 조정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 저희가 적이 아니라면 토끼띠의 해에 토끼몰이 하듯이 대하지 마시고, 대화로 풀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밤 9시41분께 페이스북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면담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한편, 전장연은 면담 자리에서 공사 쪽에 지난 2∼3일 발생한 충돌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공사는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형숙 회장은 “공사 쪽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는데도 승차를 거부했던 것에 대해서 사과를 요청했으나 위험해서 부득이하게 (승차 거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전장연 사무실을 찾은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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