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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혼자 사는 저, 나중에 사망신고라도 되게 할 수 없나요?”

등록 2023-02-24 19:00수정 2023-02-25 02:30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지난달 6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진수(가명)씨와 김씨 아버지가 살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쪽방. 아버지가 숨진 뒤 4개월 만에 김씨도 같은 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영 기자
지난달 6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진수(가명)씨와 김씨 아버지가 살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쪽방. 아버지가 숨진 뒤 4개월 만에 김씨도 같은 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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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머지않아 무연고 사망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장례식까진 안 치러도 괜찮지만 사망신고라도 되게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죽어서도 독촉장을 받고 싶진 않아요.”

사망신고 안 된 ‘무연고 사망자들’ 기획보도(1월26일치 1·8·9면)가 나간 뒤 한 독자는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부모와 형제는 이미 모두 사망했고, 미혼으로 홀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 제기해줄 가족이 없어, 기사에 언급된 ‘150살, 200살까지 서류상으로만 살아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며 두려워했다.

메일을 읽고도 한참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가족관계 등을 증명할 각종 서류를 미리 발급받아두면 더 신속하게 공영장례 절차가 진행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망신고까지 보장해줄 순 없다. 개인이 완벽히 대비할 방법은 없다고 하는 게 솔직한 답변일 거다. 사망 뒤 고가의 사망진단서 발급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검안의를 만나는 것부터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사망신고가 되지 않는 데에는 허망한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관련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서, 담당자가 관련 법을 몰라서, 바빠서 한번에 처리하려고…. 쪽방에서 4개월 간격으로 숨진 부자가 60만원의 예산이 없어 사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 어려웠다. 사망자에게 1년이 넘도록 쌀이나 과태료, 전기료 독촉장 등을 보내오는 일도 흔히 목격됐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국민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 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알 길조차 없었다.

허탈감이 더욱 커진 건 보도 이후 한달이 다 되도록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법원행정처 어느 곳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사태 파악만 할 뿐 해결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지자체에서 제각기 법원이나 경찰서 문을 두드려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많은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제주도처럼 법원에서 화장증명서를 발급받아 사망신고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경찰에서 지급받는 사망진단서 원본을 전달받아 처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행정 절차만 바꾸면 되는 일이지만, 아직도 기관 간 협의는 진행 중이다.

‘언제쯤 제도 개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한 지자체 무연고 사망 담당자는 이렇게 자조하기도 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조차 민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관계기관에서 선제적으로 개선 의지를 갖기 쉽지 않다.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담당자도 1∼2년 간격으로 계속 바뀐다. 이들의 재산이 범죄에 활용돼 사회적 문제가 되는 지경이 되면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이라도 이들이 서류상으로도 완전히 눈을 감는지 끈질기게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의미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에서 ‘무덤 이후’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도록 하는 ‘사후 복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행정 절차인 사망신고조차 누락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의 존엄한 죽음은 가능한 이야기일까.

장나래 이슈팀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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