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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인 투자 실패가 납치·살해로?…경찰, 코인업계 배후 계좌추적

등록 2023-04-04 16:20수정 2023-04-05 02:43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 배후에 피해자와 가상자산(암호화폐) 손실 관련 사건으로 송사를 벌이던 코인 업계 관계자 부부가 지목되자, 경찰이 이들을 출국금지 조처한 데 이어, 계좌 추적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코인 투자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던 40대 유아무개·황아무개씨 부부는 피해자 ㄱ씨, 주범으로 지목된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아무개(35)씨와 함께 2021년 3월 공동공갈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 당시 피해자 ㄱ씨와 이씨는 이들 부부가 홍보한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다른 투자자들과 부부를 찾아가 공갈 등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유씨 부부는 피해자로 이씨와 ㄱ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이씨를 포함한 피의자 3명에게 범행을 사주하거나 도운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지목된 이씨가 황씨 부부로부터 착수금으로 수천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들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씨 아내가 간호사로 일하는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의원도 압수수색했다.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 약품의 출처 등을 확인한다는 차원이다.

반면 현재 이씨와 이들 부부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이씨 쪽 변호인 ㄴ씨는 “착수금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씨 쪽은 “피해자 ㄱ씨 소개로 이들 부부를 알게 되었고, 이씨가 금전적으로 부부에게 크게 의지하는 등 친한 사이였지만 범행 지시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황씨 쪽 변호도 맡고 있는 ㄴ씨는 “이들 부부가 자산가라는 사실을 안 이씨가 돈을 빌려달라며 자주 연락해왔다”면서도 “지난 1년6개월간 이씨와 돈을 거래한 적이 없다”며 범행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들은 같은 변호인을 통해 각각 경찰 수사와 언론 대응을 하고 있다.

이번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 배경으로 지목된 ‘퓨리에버’ 코인은 2020년 12월 최고가 1만354원까지 급등했다가 6개월 만에 17원으로 폭락했다. 이씨는 2021년 해당 코인에 9천만원을 투자했다가 8천만원 손실을 봤다고 한다. 퓨리에버 코인을 발행한 회사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4일 오후 3시 기준 1코인은 6.6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유씨 부부는 다른 가상자산 피해자를 상대로 퓨리에버 영업을 주로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부부를 통해 지인 10여명과 투자해 수억원대 손실을 입은 이아무개(52)씨는 “유씨 부부는 다른 코인의 부산 지역 총판이자, 퓨리에버 마케팅 이사라고 했다. 다른 코인으로 입은 손실을 퓨리에버 투자로 만회하라고 권유했다”며 “하지만 며칠 뒤 바로 급락했고 이후 부부는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지막 설거지(세력이 짜놓은 작전에 걸려 손실을 떠안는 것)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범행 모의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공범 20대 ㄷ씨에 대해 강도예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ㄷ씨는 앞서 구속된 피의자 연아무개(30), 황아무개(36)씨와 렌터카 업체 및 배달 대행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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