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쪽 이면도로.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강남 언북초 스쿨존 음주 사고로 9살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운수회사 대표 ㄱ(40)씨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ㄱ씨의 ‘뺑소니’ 혐의(도주치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2022년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어린이보호구역 교차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 이동원군을 치어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전방주시 의무와 안전운전 의무를 다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사고였다”며 “음주상태에서 부주의하게 운전을 한 탓에 (사고를) 회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ㄱ씨가 혈액암을 진단받은 점 △3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형량에 반영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다.
쟁점은 ㄱ씨의 ‘뺑소니’ 혐의가 인정될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차량을 주차장에 두고 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상을 살펴보면 주차한 직후 (ㄱ씨가) 달려 나와 스스로 사고현장에 돌아왔고 그 후 현장을 떠나거나 떠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사고현장에 도착한 직후 주변인에게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ㄱ씨는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57분5초 언북초 후문 근처 이면도로에서 좌회전해 자신의 집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동원군을 차로 치었다. 이후 21m 거리에 있는 자택 주차장까지 더 운전해 차를 세운 뒤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ㄱ씨가 사고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는 48초가 걸렸다. ㄱ씨는 빗물 배수로를 넘은 것으로 착각해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12·119 신고는 현장을 목격한 주변인이 했다.
검찰은 앞서 ㄱ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쪽 과실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도주 사건에 대해 최고 징역 2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상향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동원군의 아버지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오늘 판결이 음주운전자가 다시는 운전대를 못 잡게 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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