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고 양회동씨의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윤연정 기자
지난달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씨의 노동시민사회장이 시작됐다. 분신해 숨진 지 47일만이다. 건설노조는 고 양회동씨의 영면을 빌면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불법이 횡행하는 건설 현장엔 눈감고 ‘건폭(건설업 폭력배)’이라며 노조만 때리고 있다”며 “윤 정권은 법을 폭정의 수단으로 삼는 ‘법폭’이다”라고 비판했다.
1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세종대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전국 302개 단체로 구성된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양회동열사 공동행동)’은 ‘양회동열사 범시민 추모제’를 열고 “건설업계의 뿌리 깊이 횡행하는 불법은 눈감고 애꿎은 노조와 노동자만 때리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며 고 양회동씨의 영면을 빌었다. 이날 주최 쪽은 참가신청 기준 2천여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은 “양회동열사 정신계승. 건설노조 탄압중단”,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열사의 염원이다. 세상을 바꾸자.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기득권 비리 세력을 낙인찍고 불법으로 매도해 양회동 열사가 죽게 됐다”며 “윤 정부는 건설노동자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외면하는 퇴행과 폭주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었던 고 양회동씨는 노동절인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졌다.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고 양회동씨의 범국민 추모대회에 한쪽에 그를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윤연정 기자
이날 장옥기 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노동 형제들과 시민사회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양회동 열사 장례를 잘 마무리하고 2차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노동위원장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이 시대가 200년 전 영국에서 나온 단결금지법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들의 법치는 법을 폭정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선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들을 ‘법폭’이라고 부르겠다”며 “노동시민사회가 총력 집중해 노동법 2조, 3조 개정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로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추모발언에서 “(지금까지) 노동자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통해 건설 현장에 만연했던 불법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는데, 안전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왔던 동지들을 ‘건폭’이라는 낙인을 찍은 윤 정부가 저는 진짜 폭력배라고 생각한다”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자신을 분신할 만큼 억울한 국가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노동자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굴복할 수 없었던 고 양회동 열사의 명복을 빈다”며 “이 정부는 아름다운 자부심을 짓밟기에 급급하다. 자부심을 가진 노동자가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차별과 모욕에 맞서 무섭게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고 양회동씨의 범국민 추모제가 끝나고 고인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는 조합원들 모습. 윤연정 기자
추모공연과 유가족 발언, 고 양회동씨의 유서 발췌 영상 상영 등으로 구성된 추모제는 1시간 반 가량 이어졌다. 이후 양회동열사 공동행동은 저녁 6시40분께부터 서울대병원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됐다. 고 양회동씨의 장례는 이날부터 21일까지 5일간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된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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