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실의 면직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 다음달 31일까지 임기가 남아있던 한 전 위원장은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23일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게 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2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를 일부러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한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티브이조선>이 재승인 심사기준을 충족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이후 평가점수가 수정돼 <티브이조선>이 과락이 된 경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업무를 처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은) 사후에 (점수가) 변경돼 과락이 발생한 (<티브이조선>의 재승인) 심사결과를 전제로 <티브이조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고, 방통위 전체회의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한 전 위원장이) 위법·부당한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사실상 승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범죄 성립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중대한 책무를 맡은 방통위원장으로서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방기하였다고 평가돼 면직사유는 소명됐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티브이조선> 둘러싼 의혹으로 기소된 한 전 위원장의 첫 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이 법률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고, 법원의 결정은 이를 명확히 확인했다”라며 “방통위가 조속히 언론 자유와 보도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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