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이어진 가운데,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4일 언론 공지를 통해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해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헌재는 사형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백화점에서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흉기 난동이 벌어지면서 흉악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법무부가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취지에 공감한 바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구금의 형을 부과하는 형벌이다. 유기 자유형보다 형기가 길다는 점에서 무겁고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보다는 가볍다. 복역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는 무기형과 달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 감형 대상이 될 수 없다.
한국 형법에는 사형제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26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현재 국제앰네스티 기준으로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 등 사형제 집행 국가와 협약을 맺지 않는 국가와의 외교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도 최근 비공개 당정 회의를 열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엔 사형제를 폐지하고 이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사형제폐지특별법이 이미 발의돼 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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