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건설노조원들이 ‘시원한 폭염법 촉구’ 얼음물 붓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공공현장에서조차도 샤워실·탈의실 등 시설 부족으로 현장에서 씻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휴게실·화장실 등 편의시설이나 여성 전용 시설이 없는 곳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발표한 전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현장 14곳을 대상으로 7∼8월 폭염기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휴게실·화장실·샤워실·탈의실 등 씻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샤워실이 없는 현장은 전체의 36%(5곳), 탈의실이 없는 현장은 50%(7곳)에 달했다. 화장실이 없는 곳도 14%(2곳)나 됐다. 휴게실이 아예 없는 현장은 7%(1곳)로 조사됐다.
화장실·휴게실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멀리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조사 당시 평균 7.4층, 최고 29층 높이에서 걸어서 화장실이나 휴게실까지 다녀오려면 평균 9.6∼9.8분, 최대 20분이 걸렸다.
여성 건설노동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성전용 샤워실·탈의실이 없는 현장은 93%(13곳)에 달했고, 여성 휴게실이 없는 현장은 86%(12곳), 여성 화장실이 없는 현장은 29%(4곳)였다.
노조는 “이런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는 땀·먼지에 더러워진 몸을 씻을 수 없고 길바닥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으며 화장실이 아닌 현장 아무 데나 용변을 보고, 현장 한구석에 합판을 놓고 몸을 뉘어 쉴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이 발주한 현장도 이럴진대, 민간공사현장이나 소규모 공사현장의 실태는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는 공공부문 현장 뿐만 아니라 앞서 건설노조가 지난 2일 발표한 건축현장 건설노동자 24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폭염기에 샤워실이 없다는 대답이 36.3%, 샤워실이 있어도 ‘씻을 수 있을 데가 못 된다’는 대답이 32.7%, ‘물이 안 나온다’는 대답도 19.3%였다.
화장실이 없거나 혹은 너무 멀어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대답은 11.9%였다. 휴게실이 없거나 너무 멀다는 대답은 24.9%였다. 휴게실의 형태는 50.2%가 ‘옥외 간이천막’이라고 답했다.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쉴 만한 공간이 마련됐는지에 대한 질문엔 88.1%가 ‘없거나, 있긴 한데 부족하다’라고 답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