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혜빈씨의 영정이 걸려 있다. 김씨는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몰던 모닝 차량에 치인 피해자로, 뇌사 상태에 빠져 연명 치료를 받아오다 사건 발생 25일만인 전날 숨졌다. 유족들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김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분당 서현역 무차별 범죄 사건’의 희생자 김혜빈(20)씨의 대학 동료들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지역 주민들이 “범죄피해자와 가족들이 마음 놓고 의지할 곳을 마련해달라”며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범죄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와 서현동 지역 주민들은 30일 ‘서현역 사건 피해자분들과 유사 범죄피해자분들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은 김씨 유족 동의로 진행된다.
이들은 피의자 최원종(22)씨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가 지난 28일 밤 끝내 숨을 거둔 김씨를 추모하며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의 소견과 천문학적인 병원비에도 불구하고 김혜빈 학우의 부모님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도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으로 쌓인 병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사고 직후 ‘당하고 싶지 않은 범죄’임에도 가족들이 스스로 병원비와 같은 지원책을 찾아다녀야 하는 점, 가해자와의 까마득한 피해 배상 소송에 있어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점 등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김혜빈 학우와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이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마음 놓고 ‘의지할 곳’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에서 서명운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원종과 같은 흉악범에 즉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 △이번 사건에 대해 성남시와 경기도 지자체 차원에서 조속한 지원책 마련 △범죄피해자 보호법에서 규정한 ‘중복 지급 금지 원칙’을 국회가 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서명은 성남시와 경기도, 검찰과 정부 쪽에 전달될 예정이다. 아울러 학생회 쪽은 다른 대학까지도 서명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김씨의 유족은 고인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며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서현동이 지역구인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유족들은 더는 혜빈이가 익명으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가 뇌사 상태에 빠져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비가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는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