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 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66)이 지난 8월8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사건이 베트남에서 벌어진 것은 맞지만, 가해자는 한국인이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하미 마을 학살’ 생존자이자, 이 사건을 공론화한 당사자 응우옌티탄(66)은 지난 8월8일 베트남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지난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하미 마을 학살 사건 조사 기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사 기각 결정 이후 언론사와 한 첫 인터뷰다.
하미 마을 학살 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 해병대가 주민 135명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이다. 응우옌티탄 등 5명은 지난해 4월 하미 마을 학살에 대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진실화해위 전체회의에서 위원 중 김광동 위원장을 포함한 총 4명이 각하에 손을 들었다. 총 7명의 위원 중 4명이 각하 의견을 내 하미 마을 사건 조사 개시는 불발됐다. ‘외국’에서 발생한 피해로 진실화해위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응우옌티탄은 “(진실화해위의) 기각 결정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한국에서 세번이나 증언을 했고 청원서도 냈지만, 매번 ‘정보가 없다’는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피해 갔다”며 “진실화해위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실화해위의 각하 결정은 하미 마을에만 좌절감을 준 것이 아니다. 하미와 퐁니·퐁녓 마을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 많은 마을이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춰져 있다.
응우옌티탄은 “다른 마을 사람들이 ‘우리도 고통스럽게 살았는데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며 “‘한국에 세번이나 간 너희 하미 마을 사건도 이렇게 처리됐는데 우리 마을은 어떤 희망도 없는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살 피해자와 생존자의 시간은 많지 않다”며 “이들의 얘기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응우옌티탄은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가족도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응우옌티탄은 “이 학살은 역사다. 한국 정부가 이 학살의 진실을 받아들이든 그러지 않든 상관없이 명백한 진실”이라며 “후세대에게 역사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끝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하미(꽝남성)/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