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10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자택 등 20여 곳 압수수색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가 본격화했지만, 그 후 7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은 수사를 매듭짓지 못했다.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 준비가 한창인데, 민주당 돈봉투 수사가 총선 국면에도 계속된다면 ‘정치 개입’ 의심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수사하고 있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치 일정이 있다고 해서 수사를 급하게 마무리하거나 수사를 지연하는 일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출마 선언 후 선거운동 중에 의원이 입건 및 소환된다면 정치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검찰은 돈 봉투 조성과 전달에 관여한 혐의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박용수씨(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윤관석 의원을 기소했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든 돈봉투 20개, 총 6천만원이 2차례에 걸쳐 전달됐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와 수수 의원들에 대한 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송 전 대표가 이 사실을 알았다거나 수수 의원을 지목하는) 증언이 나오지 않으면 검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며 “함부로 기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라든지 수수 의원들을 면밀히 보고 있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지만 차질 없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수사에 걸림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의 ‘키맨’인 박씨와 윤 의원은 중간 전달책 역할을 했음을 시인하면서도 돈 봉투를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 진술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송 전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윤 의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수의혹 의원 19명의 이름을 거론했지만 그 이후로는 수수의원 특정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공개법정에서 두 차례 수수 의혹 의원 명단을 일부 공개하면서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도 고승덕 전 의원의 폭로로 한나라당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가 진행됐다. 새누리당 수사 의뢰부터 수사 종료까지 47일이 걸렸다. 유의미한 진술이 나와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을 기소하긴 했지만 수수 의원 규명에는 실패했다. 돈 봉투 수사를 받던 박 의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기소 이전에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는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또 송 전 대표의 외곽후원조직(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불법후원 의혹 사건으로 펼쳐져 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을 신속히 소환 조사해 사건을 종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가 늦어질수록)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거나,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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