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공화국 ‘의혹의 바다’]
문화부 관련법 정비 않고 ‘경품권 대책’ 오락가락
영등위 사후감독 구멍…‘대박 유혹’ 불법변조 활개
문화부 관련법 정비 않고 ‘경품권 대책’ 오락가락
영등위 사후감독 구멍…‘대박 유혹’ 불법변조 활개
‘바다이야기’ 하나로 ‘도박공화국’의 모든 책임이 실체 없는 정치권 실세 ‘배후’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바다이야기가 ‘대박’을 터뜨리며 성인오락실 시장을 장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박공화국’ 안에선 여전히 일부(시장점유율 3%, 업소 수 기준)에 불과하다.(그래프 참조) 그럼에도 책임 당국인 문화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외려 용의선상에서 제외돼 있는 형국이다.
1~2년 사이 26조원 가량의 ‘도박 상품권 시장’이 생겨났고, 영등위를 상대로 한 게임개발업체들의 로비 의혹이 난무하고 있으며, 수백만명이 도박의 늪에 깊게 빠져들었다. 그 때문에 도박공화국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려면 그 주역인 문화부와 영등위의 구실부터 우선 해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화부, ‘방관 뒤 발뺌’=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2002년 이후 신종 릴게임 등의 사행성을 거론하며 영등위에 심의 통과를 불허해 달라는 공식 의견을 보냈지만 묵살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문화부는 이후 2004년에도 바다이야기 등의 심의 불허 내지 재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화부는 책임회피성 의견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다듬는 등 사행성 기준을 공고히 하면서 사행 시장을 통제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문화부의 상품권 정책도 대표적인 실정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2년 2월 문화부는 성인오락실에 쓰이는 경품의 종류에 상품권을 포함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제공 업소의 경품취급 기준’ 고시를 발표했다. 하지만 발행된 상품권의 98% 가량이 불법으로 환전되고 재사용되면서 ‘도박 오락’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문화부는 2004년 7월 관련기관 등에 ‘경품 종류에서 상품권을 제외토록 경품취급 기준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행되지 않았고, 되레 상품권 발행액은 수십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늘어나며 성인오락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문화부는 지난해 3월에는 딱지상품권 등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문제 등을 해결한다며 상품권 인증제를 추진해 22개의 상품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선정과정에 각종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석달 만에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해 8월에 다시 7곳을 지정했지만, 이조차도 지정 취소 뒤 2년 안에는 다시 지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무시한 것이었다.
이어서 문화부는 지난 7월 경품용 상품권을 2007년 4월까지 폐지하기로 해, 1년 만에 정책을 또다시 뒤집었다.
게임제공업용 게임물 등급분류기준에서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동게임 기능’을 사실상 합법화한 것도 문화부였다. 2~3년 전부터 경찰 등이 성인오락실 단속 과정에서 사용자가 재떨이 등을 올려놓아 한 사람이 여러 대의 오락기를 자동으로 돌릴 수 있는 데 대해 불법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문화부는 “재떨이를 올려놓는 건 사용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반자동’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1시간 투입 금액 9만원이라는 제한을 단번에 무력화시킨 유권해석이었다.
영등위,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일선 경찰관들이 성인오락실에서 연타·예시 기능 등 사행성이 높은 오락기를 단속하면 오락실 업주들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기계니까 문제가 없다. 기계가 문제라면 심의를 내준 영등위와 오락기 제조업체를 먼저 수사하라”고 항변한다. 단속 기관 처지에서는 갑갑한 노릇이다. 오락기를 압수해 영등위에 불법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보내면 통상 3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영등위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판정 불가’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기들이 심의를 내주고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의견을 구하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기관이 도대체 뭘 심의한다는 것이냐”며 “최근부터는 아예 영등위에 단속한 오락기를 보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위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이 높아 문제가 되는 게임들을 ‘불법 개변조 게임물’이라고 부른다. 심의를 받을 때에는 교묘하게 예시·연타 기능 등을 숨겼다가 심의에 합격한 뒤 유통단계에서 넣는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영등위는 애초부터 오락기의 예시·연타 기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분석 능력이 전혀 없다. ‘불법 개변조’라는 말은 자신들의 무능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말인 셈이다. ‘불법 개변조’에 대한 사후감독 기능도 없다. 자동게임 기능에 대해 영등위 또한 지난해 3월 오락실 업자들이 이쑤시개 등을 이용한 자동게임 진행에 대한 불법 여부를 물었을 때 “원터치(한번만 누르고 떼도 자동진행되는 기능)에 의한 자동기능만 없다면 가능하다(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런 대목에선 문화부와 영등위의 손발이 척척 맞은 셈이다. 임인택 유신재 전진식 기자 imit@hani.co.kr
전국 성인오락실의 게임별 시장점유율
영등위,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일선 경찰관들이 성인오락실에서 연타·예시 기능 등 사행성이 높은 오락기를 단속하면 오락실 업주들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기계니까 문제가 없다. 기계가 문제라면 심의를 내준 영등위와 오락기 제조업체를 먼저 수사하라”고 항변한다. 단속 기관 처지에서는 갑갑한 노릇이다. 오락기를 압수해 영등위에 불법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보내면 통상 3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영등위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판정 불가’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기들이 심의를 내주고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의견을 구하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기관이 도대체 뭘 심의한다는 것이냐”며 “최근부터는 아예 영등위에 단속한 오락기를 보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위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이 높아 문제가 되는 게임들을 ‘불법 개변조 게임물’이라고 부른다. 심의를 받을 때에는 교묘하게 예시·연타 기능 등을 숨겼다가 심의에 합격한 뒤 유통단계에서 넣는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영등위는 애초부터 오락기의 예시·연타 기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분석 능력이 전혀 없다. ‘불법 개변조’라는 말은 자신들의 무능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말인 셈이다. ‘불법 개변조’에 대한 사후감독 기능도 없다. 자동게임 기능에 대해 영등위 또한 지난해 3월 오락실 업자들이 이쑤시개 등을 이용한 자동게임 진행에 대한 불법 여부를 물었을 때 “원터치(한번만 누르고 떼도 자동진행되는 기능)에 의한 자동기능만 없다면 가능하다(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런 대목에선 문화부와 영등위의 손발이 척척 맞은 셈이다. 임인택 유신재 전진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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