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업한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주요사건
현대차·바다이야기·제이유그룹 등 사건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 몫
특정형사부 재배당 내규도 실효성 의문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 몫
특정형사부 재배당 내규도 실효성 의문
지난달 퇴임한 서울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출신 변호사들이 서울고법에서 심리가 예정된 주요 형사사건의 항소심을 싹쓸이 수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법은 내규에 따라 이들이 수임한 사건들을 수석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는 특정형사부로 재배당했다.
지난달 초까지 부패사범 재판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으로 일했던 석호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지난달 말 법원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정 회장은 1심에서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덕진 변호사 등을 선임했는데, 2심을 앞두고 석 변호사를 새롭게 선임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장이었던 이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도 최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이 변호사는 회삿돈 1300억원을 횡령하고 저축은행을 편법으로 인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은 권덕만 ㈜새로운성남 대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기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상품권업체 대표 최병호씨의 변호도 맡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장이었던 김용호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의 변호인으로 최근 선임됐다.
이들 세 명의 ‘전관’들은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형사사건 5~6건을 추가로 수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전관’들이)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얼마나 수임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특정 형사사건의 재배당에 관한 내규’에 따라 석 변호사 등이 수임한 사건을 수석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는 특정형사부에 재배당했다. 법원은 최근 김진기 전 대구고법원장이 퇴임한 지 사흘 만에 손이목 영천시장의 항소심 변호를 맡는 등 ‘전관’들의 무분별한 사건 수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자, 지난달 해당 법원에서 재판장을 지낸 사람이 변호를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기일이 이미 지정됐더라도 모두 재배당하도록 내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재배당 조처만으로는 ‘전관예우’를 막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법 수석 부장판사는 다른 고법 부장판사들과 똑같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 ‘동료’ 판사이기 때문에 재배당을 통해 ‘전관예우’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판사는 “돈 많은 피고인들은 어차피 재배당될 것을 미리 계산하고 전관 출신들을 골라 선임한다”고 지적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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