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비리사건 수사때마다 인신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빚어졌던 법원과 검찰의 갈등 양상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18일 기각되면서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검찰은 정동기 대검 차장 주재로 `긴급 심야대책회의'를 열고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한 반발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놓았고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이 신씨의 추가혐의를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는 등 양측의 갈등 수위가 `정면충돌'에 가까워지는 형국이다.
◇ 높은 갈등의 `파고' = 검찰이 심야에 대검 수뇌부가 모인 가운데 긴급회의까지 열고 `영장기각 대책'을 논의한 것은 이번 사건에서 신씨에 대한 강제수사가 좌절된 데 따른 수사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씨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변 전 실장의 교수임용 관련 직권남용 의혹 등을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예상치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앞서 변 전 실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한차례 기각됐던 터라 일선 수사진은 잇단 영장기각을 `수사방해'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신씨와 변 전 실장을 동시에 첫 소환 조사하는 등 검찰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사건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는 태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영장기각은 곧 수사 장기화'라는 우려감도 검찰을 자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긴급회의 후 "국민적 의혹 사건 관련 영장을 이치에 닿지 않는 이유로 기각한 것은 사법의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법원에 맹공을 퍼부은 것은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신씨의 구속요건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씨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기에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소위 향후 수사팀이 집중적으로 살펴 보겠다는 신씨의 `추가 혐의' 부분은 영장에 구체적으로 특정조차 안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법원이 대형 비리의혹 수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고 반발하고 법원은 검찰이 오히려 부실한 수사를 했다고 맞서며 강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셈이다.
◇ 법ㆍ검 갈등의 주요 레파토리 `영장기각' = 법원과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내 공판검사실 폐지 문제 등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운 바 있지만 커다란 갈등은 항상 대형 사건 관련 영장의 발부 여부를 놓고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론스타 사건 수사에서 핵심 관련자들의 체포 및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영장 재청구에서 더 나아게 법원 결정에 대한 준항고까지 제기하는 등 갈등 수위가 정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한미 FTA 반대 시위자의 영장이 기각되자 김성호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 "법원과 검찰이 공히 납득할 수 있는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법원이 제이유의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 피의자의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수색영장만 발부하는 사례가 나와 검찰이 여러차례 반발했었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