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접수 후 40여일만에 압수수색…‘초기 안이한 태도’
18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늑장수사 등 허술한 수사로 영장기각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수사 초기에 보인 검찰의 안이한 태도였다.
동국대 측은 7월23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신씨를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했으나 서부지검은 신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사 시작 40일이 넘은 9월4일에서야 실시했다.
당시 압수수색을 통해 신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부적절한 비호를 받고 있었다는 정황이 처음 포착된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면 사건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후 변 전 실장의 주거지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이라는 벽에 부딪힌 검찰은 보도자료를 내 법원 판단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대상을 모조리 공개했지만 정작 영장 재청구는 미뤄 당사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여유를 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검찰은 또 미국 뉴욕으로 도피한 신씨가 두달 이상이나 잠적하는 동안 별다른 귀국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증거 인멸은 물론 신씨와 변 전 실장 등 의혹의 대상자들이 서로 말을 맞출 시간을 주기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검찰은 신씨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시기에 대해 "우선 참고인 조사부터 한 뒤 수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청구할 것"이라며 신씨의 신병 확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이 변 전 실장의 비호의혹으로 확대된 최근에서야 장윤스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등 핵심 참고인 소환조사를 시작하는 전형적인 `뒷북수사'의 모습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신씨와 변 전 실장 측이 그 동안 상당히 조율을 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신병 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실책을 인정하기도 했다. 변 전 실장에 관해서는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을 섣불리 청와대 측에 알리는 바람에 쓸데없는 의혹만 부풀리고 수사에 대비할 시간만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정황을 포착했으면 일단 내사를 해서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가린 뒤 청와대에 통보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사건 배당과 수사진 구성부터가 애당초 사건 성격과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개인의 단순한 학력위조가 아닌 대학 및 재단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 미술계 고위층의 비호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였음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하지 않은 것은 `판단미스'였다는 지적이다. 국민적인 관심과 정치권의 끊임없는 배후 의혹 제기를 무시하고 미리부터 단순한 고소ㆍ고발사건으로만 단정한 검찰 판단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것. 또 `하나의 몸통'인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한 곳에서 병합 수사하지 않고 광주지검과 서울서부지검에 각각 맡겨놓았다가 이달 5일에야 병합한 것도 수사 지연을 초래한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신씨가 귀국하고 변 전 실장이 소환에 응하는 등 한창 수사가 무르익은 다음에야 뒤늦게 대검 중수부 수사인력과 계좌추적 전문인력을 투입한 조치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대형 비리의혹에서 비교적 투명하게 수사진행 과정을 공개하던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소환 대상자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는 `밀실수사'로 실수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신씨의 미술관 기업 후원금 횡령 의혹, 변 전 실장의 부당한 외압 행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의혹 규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확인된 혐의를 바탕으로 신씨를 먼저 구속한 뒤 압박을 가해 변 전 실장과 얼키고 설킨 각종 의혹의 실마리를 찬찬히 풀어나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일찌감치 `말맞추기'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두 사람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면 두 사람의 혐의 입증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신씨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신씨와 변 전 실장 측이 그 동안 상당히 조율을 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신병 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실책을 인정하기도 했다. 변 전 실장에 관해서는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을 섣불리 청와대 측에 알리는 바람에 쓸데없는 의혹만 부풀리고 수사에 대비할 시간만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정황을 포착했으면 일단 내사를 해서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가린 뒤 청와대에 통보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사건 배당과 수사진 구성부터가 애당초 사건 성격과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개인의 단순한 학력위조가 아닌 대학 및 재단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 미술계 고위층의 비호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였음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하지 않은 것은 `판단미스'였다는 지적이다. 국민적인 관심과 정치권의 끊임없는 배후 의혹 제기를 무시하고 미리부터 단순한 고소ㆍ고발사건으로만 단정한 검찰 판단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것. 또 `하나의 몸통'인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한 곳에서 병합 수사하지 않고 광주지검과 서울서부지검에 각각 맡겨놓았다가 이달 5일에야 병합한 것도 수사 지연을 초래한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신씨가 귀국하고 변 전 실장이 소환에 응하는 등 한창 수사가 무르익은 다음에야 뒤늦게 대검 중수부 수사인력과 계좌추적 전문인력을 투입한 조치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대형 비리의혹에서 비교적 투명하게 수사진행 과정을 공개하던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소환 대상자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는 `밀실수사'로 실수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신씨의 미술관 기업 후원금 횡령 의혹, 변 전 실장의 부당한 외압 행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의혹 규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확인된 혐의를 바탕으로 신씨를 먼저 구속한 뒤 압박을 가해 변 전 실장과 얼키고 설킨 각종 의혹의 실마리를 찬찬히 풀어나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일찌감치 `말맞추기'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두 사람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면 두 사람의 혐의 입증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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