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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고는 받았지만…’ 이건희 회장 일부 혐의 시인 왜?

등록 2008-04-07 09:13수정 2008-04-07 17:15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지난 5일 새벽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지난 5일 새벽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학수 “이회장 몰랐다”와 상반…배임 적용 가능
차명주식 등 드러난 물증엔 ‘개인재산’ 강변
‘증거인멸’ 사유 없애…구속여부 특검 의지에 달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일 특검팀 조사를 마친 뒤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듯한 말을 해, ‘어떤 내용을, 왜 인정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혐의 인정이 구속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5일 새벽 1시께 귀가하면서 ‘경영권 불법승계,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 3대 의혹을 시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수에 따라서 다 100% 인정은 안되고”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을 기획·실행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 발행 △계열사들의 실권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몰아주기 배정 등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 등이 “이 회장은 몰랐다”고 줄곧 부인해 온 것과는 상반된다.

이 회장이 전환사채 발행 과정 등을 알고 있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는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다고 해도 순차적,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되며, 실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공모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같은 이유로 배임죄가 인정됐다. 에버랜드 사건 1·2심 재판부도 같은 판례를 들어 허태학·박노빈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또 삼성증권 차명계좌 1300여개 중 일부와 삼성생명 주식(16.2%) 차명소유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병철 선대 회장이 물려준 개인재산”이라는 삼성 쪽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횡령죄만큼은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수조원대 재산을 차명소유해 증여·양도세를 탈루한 그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할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금 등이 차명계좌로 흘러가거나 수표나 상품권, 채권으로 바뀌는 등 전형적인 자금세탁이 확인된 만큼, 돈의 성격을 확실히 가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에 따른 회사 손실액이나 탈세 규모로 볼 때, ‘일반적’ 경우라면 구속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미 검찰 수사와 계좌추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이 회장이 인정했다면 구속영장 발부 요건인 ‘증거인멸’ 사유만 사라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차명주식을 인정한 것도 계좌추적 결과라는 ‘물증’을 부인해야 소용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수인 이 회장이 불구속 기소에 그친다면, 법적 책임이 그보다 낮은 이학수 부회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 때부터 에버랜드 사건에서 빠져 있던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진술로 수사에 새로운 길이 뚫린 것은 전혀 없고, 이 회장 구속 요건 가운데 하나만 사라졌다”며 “다른 구속 요건인 ‘사안의 중대성’을 특검이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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