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워진 한반도 모양의 조형물 사이로 25일 오후 한국전쟁 58돌 기념행사를 하는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 조형물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하는 숱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시위대-경찰 곳곳서 충돌
“끝장 토론” 격렬 시위…경찰, 세종로 봉쇄
“끝장 토론” 격렬 시위…경찰, 세종로 봉쇄
정부가 고시를 강행한다고 밝힌 25일 서울 도심으로 쏟아진 시민들은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퇴근하는 직장인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이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며, 세종로 네거리에서 청와대를 향해 도심 골목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이날 저녁 7시 덕수궁 정문 앞에서 시작된 49번째 촛불집회에서 “오늘은 비상상황”이라며 “1박2일 끝장투쟁을 벌이자”고 외쳤다. 박 실장은 “우리는 끌려가도 계속해서 나설 것”이라며 “100명이 연행되면 1천명이 나서고, 1천명이 연행되면 1만명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세종로 네거리로 나아갔다. 경찰은 세종로 네거리를 전경버스 8대로 원천 봉쇄했다. 대학생 박철우(24)씨는 “대통령이 왜 그렇게 고시를 서두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결국 미국을 위해 국민을 버린 게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정부의 고시 강행 방침이 발표된 직후 경복궁역에서 기습 시위를 진행하던 시민 47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평소와 달리 시위대를 거세게 인도로 밀어붙인 뒤 공격적으로 연행했다. 청운동사무소 앞에서는 한때 12살짜리 초등학생을 연행했다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풀어주기도 했다. 경찰은 인권피해 감시를 위해 현장을 찾은 변호사들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30대 여성들도 연행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한 인테리어 인터넷 동호회 여성 회원 2명을 경찰이 다짜고짜 붙잡아갔다”고 주장했다. 연행자 중에는 경찰의 불법 연행에 항의하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포함됐다.
청와대와 인접한 효자동·청운동·사직로 등에서는 밤새 연행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인도에 있는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인도에 있는데 왜 연행하냐”고 따지자, 경찰은 “불법집회는 차도와 인도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위와 관계없는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집으로 귀가하던 직장인 김아무개(44)씨는 “7시께 지하철을 타려고 경복궁역 2번 출구 쪽으로 가는데 경찰이 갑자기 에워싸더니 1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며 “그 중에는 할머니나 인근 맹아학교의 시각장애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로 연행된 회사원 원호연(35)씨는 “인터넷에서 12살 아이가 연행됐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서 퇴근길에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러 와서 인도에 서 있다가 연행됐다”고 말했다. 세종로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오늘은 꼭 청와대로 가야 한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는 전경 버스에 밧줄을 묶어 잡아끌었고,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모래를 뿌렸다.
시위대 4천여명은 “청와대로 가는 길을 뚫자”며 신문로 새문안교회 앞에서 서울경찰청으로 통하는 길의 경찰버스 저지선 앞에 모래 계단을 쌓고 인근 건물의 담장을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분말소화기를 시위대를 향해 마구 뿌리며 완강히 제지했다. 시민들이 방패를 발로 차고 물을 뿌리자, 경찰은 30여분간 쉴새 없이 분말소화기를 뿌렸다.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장애인 엄아무개(42)씨가 전경이 던진 돌을 맞는 등 십수명이 부상했다. 이날 자정께 시위대가 경찰버스 1대를 밧줄로 끌어내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쐈다. 현장을 취재중인 <조선일보> 기자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쫓겨나기도 했다. 이날 밤 한때 지하철 3호선은 경복궁역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
길윤형 노현웅 김성환 기자 charisma@hani.co.kr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25일 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려다 서울 내자동 경복궁역 주변에서 지하도로 밀어넣으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청와대와 인접한 효자동·청운동·사직로 등에서는 밤새 연행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인도에 있는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인도에 있는데 왜 연행하냐”고 따지자, 경찰은 “불법집회는 차도와 인도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위와 관계없는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집으로 귀가하던 직장인 김아무개(44)씨는 “7시께 지하철을 타려고 경복궁역 2번 출구 쪽으로 가는데 경찰이 갑자기 에워싸더니 1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며 “그 중에는 할머니나 인근 맹아학교의 시각장애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로 연행된 회사원 원호연(35)씨는 “인터넷에서 12살 아이가 연행됐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서 퇴근길에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러 와서 인도에 서 있다가 연행됐다”고 말했다. 세종로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오늘은 꼭 청와대로 가야 한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는 전경 버스에 밧줄을 묶어 잡아끌었고,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모래를 뿌렸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 강행에 항의해 25일 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하는 방법에 대해 거리에서 즉석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시위대 4천여명은 “청와대로 가는 길을 뚫자”며 신문로 새문안교회 앞에서 서울경찰청으로 통하는 길의 경찰버스 저지선 앞에 모래 계단을 쌓고 인근 건물의 담장을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분말소화기를 시위대를 향해 마구 뿌리며 완강히 제지했다. 시민들이 방패를 발로 차고 물을 뿌리자, 경찰은 30여분간 쉴새 없이 분말소화기를 뿌렸다.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장애인 엄아무개(42)씨가 전경이 던진 돌을 맞는 등 십수명이 부상했다. 이날 자정께 시위대가 경찰버스 1대를 밧줄로 끌어내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쐈다. 현장을 취재중인 <조선일보> 기자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쫓겨나기도 했다. 이날 밤 한때 지하철 3호선은 경복궁역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
길윤형 노현웅 김성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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