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글 한편에 국가신인도 출렁?…증권가에서도 “상식밖”

등록 2009-01-11 19:38수정 2009-01-11 23:25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가는 승용차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가는 승용차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미네르바 구속 파문]
검찰 이어 법원 영장발부도 “자의적” 비판
S&P·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 정부 정책이 ‘등급 판단’ 잣대
작년 강장관 발언따라 외환시장 요동…“위기 증폭시켰다”

법원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끼쳐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마디로, 일개 인터넷 논객의 글이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도 박씨의 글이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국가신인도 하락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는 물음에 “정부 관계자들을 조사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신인도 하락의 구체적인 증거조차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송호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미네르바가 국가신인도에 끼친 영향과 관련해 “그걸 어떻게 밝히겠냐. 검찰이 애초에 무리한 것을 사건화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네르바의 글과 같은 하나의 사건이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들이댈 이유가 없어서 갖다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의 상황도 미네르바의 글이 시장 신인도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네르바가 문제의 글을 올린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299원에서 1263원으로 떨어졌고, 30일에는 다시 1259.5원으로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만약 미네르바의 글이 국가신인도를 해쳤다면 환율은 폭등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투매가 벌어졌어야 하는데, 시장은 정반대로 흘러간 셈이다.

국가 경제에 대한 신인도는 무디스, 에스앤피(S&P), 피치 같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으로 계량화된다. 지난해 11월10일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피치는 당시 “은행권의 디레버리징(신용 축소)이 대외신인도에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책능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지난해 10월 에스앤피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비춰 보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경제팀의 오락가락한 상황인식과 잘못된 정책 대응이 오히려 국가신인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강 장관은 지난해 10월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외화 자산을 빨리 처분하라”고 해, 곧바로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당시 시장에선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3월25일에도 “금리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전체 금리 차가 2.75%다. 뭐든지 과유불급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물가보다 성장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자 전날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였다. 급기야는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이 지난해 10월8일 “강 장관의 가벼운 발언이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미네르바 글과 환율 추이
미네르바 글과 환율 추이

박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입회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박씨를 공공의 이익을 해할 목적범으로 본 것인데, 사실 외환시장이 어려워지고 국가신인도가 하락한 것은 미네르바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 신뢰성을 상실했기 때문 아니냐”며 “어떻게 일개 인터넷 논객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헌 김지은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