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검사 1700여명 화상회의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검사화상회의’에서 대검찰청 간부들이 화면을 통해 인사말을 하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모습(화면 왼쪽 위)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화상회의는 대검찰청의 검찰 지휘부와 전국 검찰청의 일선 검사 1700여명을 화상으로 연결한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피디수첩 등 논란된 사건 사실상 ‘하명수사’
기소 전제로 몰아가…지휘 간부는 요직 승진
“정권과 일부검사 공생이 검찰 망쳐” 비판
기소 전제로 몰아가…지휘 간부는 요직 승진
“정권과 일부검사 공생이 검찰 망쳐” 비판
[뉴스 분석]
“현 정권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하는지 매우 세밀히 들여다본다. 인사에 촉수를 세우고 있는 검찰도 정권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서로 지나치게 마주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21일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 등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 배경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그는 “정권과 일부 엘리트 검사들의 도를 넘은 공생관계가 검찰 조직을 망치고 있다”며 “고위 간부 중 정치권에 줄을 못 대는 이는 바보라는 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무죄가 선고된 주요 사건들은 하나같이 검찰이 자체 인지한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뒤 검찰권이 동원된 ‘하명성 수사’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등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죄가 되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몰아가기’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기소하지 못하면 ‘무능한 검사’로 낙인찍힐 만한 사안들이었던 셈이다.
내부 문제제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피디수첩 수사의 첫 책임자였던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죄가 안 된다’는 의견으로 검찰 지휘부와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임 부장은 사표를 냈고, 이후 피디수첩 수사뿐 아니라 다른 ‘하명 수사’를 이끈 검찰 간부들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요직을 꿰찼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만에 ‘정치적 사건 기소=영전’이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구조는 현 정부 초기부터 준비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인 김경한 전 장관은 이런 공식을 착실히 적용했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석에서 “이제는 밖에서 던지는 사건은 하지 말자”며 피로감을 토로한 것은 이런 상황을 빗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사를 사실상 지휘했던 김경한 당시 장관이 뿌린 씨가 최근에야 ‘독초’로 피어난 것이다.
지난 정부 때 존재했던 법무부와 검찰의 긴장관계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검찰이 ‘일개 외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검찰을 떠난 한 변호사는 “‘검찰은 대통령이 직접 쓰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검찰은 정권의 의중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조직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며 “이번 정권이 좀 심하고 무리하게 칼을 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참여정부 때는 문재인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거의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민정수석들도 검찰 출신이 아니어서 검찰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현 정부에선 이종찬, 정동기 민정수석 등을 배치해 검찰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관례를 깨고, 법무장관·검찰총장의 선배인 권재진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도 정권의 이런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격하게 반발하는 것도 현 정부 들어 바뀐 이런 환경 때문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수도권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국민 불안’ 등을 거론하는 총장의 과잉 반응을 보고 당혹스러웠다”며 “최근 검찰의 태도를 보면 무죄 판결을 창피해하는 법률가로서의 양심은 찾아볼 수 없고, 인사권자만 신경쓰면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만 남은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검찰은 이날 피디수첩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격하게 반발하는 것도 현 정부 들어 바뀐 이런 환경 때문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수도권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국민 불안’ 등을 거론하는 총장의 과잉 반응을 보고 당혹스러웠다”며 “최근 검찰의 태도를 보면 무죄 판결을 창피해하는 법률가로서의 양심은 찾아볼 수 없고, 인사권자만 신경쓰면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만 남은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검찰은 이날 피디수첩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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