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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 살린다며 왜 수십년 강변농사꾼 살길 막나”

등록 2010-03-18 08:49수정 2010-03-18 08:52

<b>없어질 딸기밭</b> 산딸기 산지로 유명한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산딸기 재배 비닐하우스 단지 전경. 이곳은 낙동강살리기 사업구역에 포함돼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김해/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없어질 딸기밭 산딸기 산지로 유명한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산딸기 재배 비닐하우스 단지 전경. 이곳은 낙동강살리기 사업구역에 포함돼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김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대강 사업 집중점검] 삶터 빼앗기는 농민
둔치경작 금지해 생계터전서 쫓겨나 막막
“점용허가 1㎡당 2천여원 보상방침에 황당”
4대강 사업 지구 농민들이 최악의 봄을 맞고 있다. 수십년간 공들여 일궈온 땅이 4대강 사업에 포함되면서 땅을 잃고 빈털터리 신세로 내몰릴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공사가 이미 시작된 지역 농민들은 중장비가 자신의 농토를 갈아엎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유역의 둔치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하천경작을 수질오염 등의 이유를 들어 올해부터 금지했다. 농민들은 “갑자기 생계수단을 빼앗으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생존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강을 살린다면서 왜 마을을 없애냐” 산딸기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하되는 것으로 유명한 경남 김해시 상동면 포산·매리마을에는 70여가구 200여명이 대대로 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낙동강변의 이 일대를 낙동강살리기 사업구역으로 포함시켜, 지난해 8월 마을의 대부분인 3만3000㎡(1만평)를 하천구역으로 고시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할 형편에 놓였다. 부산국토관리청은 강변 쪽 1만3700㎡를 준설해 낙동강 폭을 넓히고, 나머지 땅은 지금보다 2∼3m 높인 뒤 하천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자전거도로, 공원,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마을주민들은 “큰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는 마을이었다면 주민들 스스로 벌써 떠났을 것”이라며 “낙동강을 살린다면서 왜 대대로 살아온 멀쩡한 마을까지 없으려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정대(72) 포산마을 이장은 “낙동강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터까지 빼앗으면서 하지는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 주민들은 최악의 경우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59가구 주민 200여명은 영산강 승촌보 인근에 36만8000㎡ 규모의 생태호수공원이 들어서면서 생계 터전을 잃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33만2000㎡의 토지에서 돌미나리를 생산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어 높은 소득을 올려왔다. 하지만 마을 앞을 흐르는 영산강에 승촌보가 건설되면서 인근 돌미나리 경작지가 공원 터로 편입돼 삶의 터전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국토해양부에 질의서를 보내 돌미나리 경작지를 영산강 개발 사업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농민 김재선(46)씨는 “영산강 사업을 한다면서 왜 사유지까지 수용해 농사를 못짓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1㎡당 2260원꼴의 영농 보상을 해준다는 국토해양부의 말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쪽은 “승촌보 생태호수공원 조성 예정지 중 사유지에 대해 4월부터 협의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산강 개발 사업에 포함된 하천 경작 부지는 685만㎡로, 이 가운데 233만㎡가 사유지다.

보상도 못받고 빈털터리 신세로 남한강 유역인 충북 충주지역에서 4대강 사업에 포함된 하천부지는 122만㎡로, 이 가운데 사유지가 83만㎡이고 점용허가 경작지 10만㎡, 허가없이 농사를 짓고 있는 곳도 29만㎡에 이른다. 이곳에서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옥수수·무 농사를 지어온 농민 박아무개(48)씨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에 흙을 사다 붓고, 거름을 해 농토로 바꿔놨는데 느닷없는 4대강 사업에 땅을 내놓고 빈손이 됐다”고 말했다.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보상도 못받고 농지를 잃을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가 시설물 외에는 영농손실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인수(59) 가금면 장미산리 이장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60~70가구 가운데 20~30가구는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됐다”며 “지난해 말 4대강 사업단을 찾아가 최소한 살길이라도 마련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하면서 농민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군 낙동강 둔치에서 농사를 짓던 400여 농가 농민들도 4대강 사업으로 하루아침에 한 푼 못받고 농토에서 내몰렸다며 울상이다. 낙동강변 둔치 2만㎡에서 감자 등 농사를 지어온 김아무개(46)씨는 “그동안 하천둔치 경작에 대해 말이 없다가 갑자기 땅을 빼앗으면 두 아들과 함께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점용허가를 받은 388개 농가도 형편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론 다른 농지를 구하기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신병휴 전 고령군 농민회장은 “농사짓던 땅에서 갑자기 내몰리게 돼 눈앞이 캄캄하지만 정부를 한탄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해 나주 충주/최상원 정대하 오윤주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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