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확인하고도 ‘고발 포기’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특조단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한 현직 판사는 “내가 직접 고발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27일 특조단 보고서를 보면,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다”, “업무방해죄는 성립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사항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론적으로 “의혹 관련 행위자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해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징계는 현직 법관에게만 가능한 조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퇴직해 징계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법관징계법의 시효는 징계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다. 특조단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인정한 문건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 작성),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방향 검토’(2015년 4월 작성) 등에 개입한 이들의 징계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한 판사는 “(합당한) 처벌을 하려면 고발 외엔 방법이 없다. 특조단의 고발 포기는 ‘법관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현직 판사인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조단이 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법원행정처의 ‘사찰 대상’이었던 그는 국가배상 청구, 유엔 진정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해놓은 상황에서 특조단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판단한 대목도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돼 재판이 열릴 수 있는 사안인데도, 특조단이 사실상 수사·재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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