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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여론에 귀막은 법원장들

등록 2018-06-07 17:56수정 2018-06-08 00:31

7시간 회의 뒤 “형사조처 부적절”
“재판거래 의혹근거 없어” 일축
일선 법관·국민과 동떨어진 주장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대법원장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 법원장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에 대한 법원의 고발과 수사 촉구 여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에 이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위 법관들이 진실 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대다수 일선 법관이나 국민 다수의 의견과 동떨어진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이다. 법원 내 세대 간 단절과 갈등이 확연해지면서, 법원이 이번 사태를 딛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전국 법원장 35명은 7일 오전 10시부터 7시간여에 걸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고발·수사의뢰 등 형사상 조처에 반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법원장들은 간담회 뒤 발표한 4개 항의 ‘논의 요약’에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한다.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간담회 결론이 시민단체나 피해 당사자인 법관 등의 고소·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까지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장들이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장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혀,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와 문건 공개로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재판을 둘러싼 거래 시도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장들은 다만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이날 논의 결과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하고, 법원 내부 전산망에도 띄웠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파일의 원문을 추가로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논의됐으나,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간담회에서는 “비공개 파일이 대부분 제기된 의혹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것이므로, 규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공개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들은 파일 추가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참석자 의견을 ‘참고사항’으로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는 형사상 조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법원장들이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재판 거래가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상당수 법원장이 ‘경험에 비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대법원장이 참석하지 않았으며,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인사말 뒤 퇴장했다. 회의는 선임자인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주재로 진행됐다. 간담회에서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파일을 열람한 뒤 참석자들이 모두 돌아가며 발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5일 판사회의를 열어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기구가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처를 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위 법관들의 이런 입장과 달리, 각급 법원 판사들은 7일에도 회의를 열어 관련자 수사 등을 촉구했다.

수원지법 전체판사회의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사법권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며 “엄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청주지법 전체판사회의도 “조사단의 한계로 밝히지 못한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부장판사회의와 단독판사회의도 “이번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거나 가담한 전·현직 사법행정 담당자들에 대해 철저한 책임 조처가 있어야 한다. 형사상 책임 추궁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전주지법 군사지원 전체판사회의도 “철저한 진실 규명과 엄중한 책임”을 촉구했다.

한 판사는 이날 법원장 간담회 논의에 대해 “문건이 다 쏟아져나오고 국민들도 문건 내용을 보고 있는데 (재판 거래에)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면, 법원장들 스스로 편향됐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형사상 조처에 대해 “여러 입장에 따라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제가 결론을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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