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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총선 직전 정치자금이 굴레로…노회찬, 유서에 “책임 무겁다”

등록 2018-07-23 19:18수정 2018-07-23 22:36

노회찬 의원 극단적 선택 왜
“2016년 3월 경공모로부터
4천만원 받았지만 청탁 없어
후원절차 밟아야 했지만…
부끄러운 판단” 유서에 남겨

회계처리 없이 선거에 쓴듯
2016년 수사 땐 무혐의 결론

드루킹 특검팀 전면 재수사
“돈 건넸다” 보도 나오자
의혹 부인했지만 심리적 압박
구급차(맨 앞)가 23일 오후 1시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해 목숨을 끊은 서울 중구 한 아파트를 떠나 빈소가 마련된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구급차(맨 앞)가 23일 오후 1시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해 목숨을 끊은 서울 중구 한 아파트를 떠나 빈소가 마련된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모든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정치권의 냉정한 현실을, 걸출한 진보정치인마저 비켜 가지 못했다.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는 2년여 전 받은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뒤늦게 불거지고, 자신과 가족을 향한 ‘드루킹’ 특검팀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이 숨지면서 그와 관련된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된다.

노 의원은 직접 써서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서 ‘드루킹’ 김동원씨가 주도하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부적절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면서도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고 적었다. 당시 노 의원은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다.

노 의원이 남긴 유서 내용을 보면, 당시 노 의원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 없이 4천만원을 받아 선거에 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회계 처리를 했더라도 불법 논란은 남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회 한 곳에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금을 허용한다. 또 단체의 후원이나 이를 숨기기 위한 ‘쪼개기 후원’도 금지하고 있다.

노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검경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경공모 계좌에서 두차례에 걸쳐 5천만원이 인출됐지만, 이 돈이 노 의원 쪽에 전달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당시 경공모 쪽은 “돈을 전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4190만원을 다시 경공모 계좌로 입금했고, 나머지는 운영비 등으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드루킹 김씨가 노 의원 부인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였던 경공모 회원 장아무개씨에게 2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고, 드루킹 김씨는 벌금형을 받았다.

최근 특검팀은 경공모 회원인 도아무개 변호사가 당시 5천만원 중 4190여만원이 되돌아온 것처럼 계좌내역을 조작해 수사기관에 허위 증거를 낸 단서를 확보하고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 의원이 2016년 3월 경공모 근거지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서 2천만원을 받았고, 3천만원은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은 지난 4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어떤 불법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줄곧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드루킹 김씨가 ‘노 의원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2천만원을 추가로 건넸다’고 진술한 내용 등이 보도되면서 노 의원으로서는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의원은 과거 수사를 받던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통상 수사를 받은 뒤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 의원은 한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특검팀이 지난 17일 새벽 체포한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특검이 상당히 불리한 처지에 몰린 상황이기도 했다. 그가 수사 상황 등 외부 변수보다 자신의 과거 행위만을 놓고 홀로 고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인 듯하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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