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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향하는 수사…검찰 “임 전 차장 기소는 출발점”

등록 2018-11-14 16:08수정 2018-11-14 21:22

박병대, 김기춘·윤병세 공관 회동 당시 징용 소송 보고 의혹 등
고영한, 부산 법조비리 은폐·재판 개입 시도 의혹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14일 재판에 넘긴 검찰의 수사가 윗선으로 향하면서 전직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병대(2014년 2월~2016년 2월)를 오는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하는데 이어 고영한(2016년 2월~2017년 5월) 전 대법관도 조만간 포토라인에 서게 될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이 임 전 차장이 행정처 기조실장과 차장으로 근무(2012년 8월~2017년 3월)하던 당시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관으로,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재판거래를 이끌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4일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되고 있다”며 “(임 전 차장 기소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과 비서실장 공관에서 회동하며 일제 징용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의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12월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이 김 전 실장과의 1차 회동을 통해 소송을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2012년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기로 결정한 뒤의 상황으로,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문건 작성과 법관 사찰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 통상임금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집행정지 관련 사건 등을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법부가 최대한 노력한 사건”이라고 가리킨 행정처 문건 ‘현안 관련 말씀 자료’와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가 박 전 대법관 지시로 작성됐다는 행정처 심의관들의 진술이 나왔다. 박 전 대법관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법관들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고 전 대법관의 대표적인 혐의는 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 사건 당시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전화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행정처는 부산고법 문아무개 판사가 재판 중이던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로부터 향응을 받고 재판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을 검찰에서 통보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윤 전 법원장은 검찰 수사에서 고 전 대법관의 전화를 받고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고위 법관으로서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대법원의 숙원 과제였던 상고법원 입법때문으로 보인다. 상고법원 지지를 약속받기 위해 청와대가 희망하는 대로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재판에 개입했고,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지 않도록 법원의 비리를 은폐하려 시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박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과 고 전 대법관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후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 80여명의 전·현직 판사를 조사했다. 수사대상자 중 처음으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이다. 검찰은 242쪽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임 전 차장에 대한 30여 개의 범죄사실을 기재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혐의를 크게 4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한 범죄,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를 위한 범죄, 비자금 조성이다.

주요 혐의는 일제 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 개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 확인소송 개입,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 개입, 부산 건설업자 형사재판 개입, 메르스 사태 당시 국가 배상책임 검토 혐의, 일명 ‘박근혜가면’ 유통, 판매자 형사처벌 검토,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검토,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정보수집 등 관련 업무에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동원해 직권을 남용하고 법원 기밀을 유출한 혐의다.

임 전 차장은 직무유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건설업자와 유착관계로 알려진 문 아무개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에서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혐의에는 직무유기죄를 적용했다.

또 법원 조직 보호를 위해 '정운호 게이트'와 법원 집행관 비리 수사 당시 영장전담 판사 등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심의관들을 시켜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민·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준 혐의,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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