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직속상관으로 재판개입, 법관사찰 등 주요 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9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19일 오전 9시2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국민과 후배 법관들에게 남길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 그렇지만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이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까지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라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되어 우리 국민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위한 곳이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건 조사과정에서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사법농단을 지시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사심 없이 일했다“고 거듭 답했다. 박 전 대법관 뒤를 변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류 가방을 들고 따랐다.
박 전 대법관이 도착하자 민중당 당원 대여섯명이 박 전 대법관을 둘러싸고 “박병대를 구속하라”, “양승태를 구속하라” 등을 외쳤다. ‘사법 적폐 청산·민주주의 회복’ 글씨가 적힌 종이를 손에 들었다. 건물 경비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중당은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박 전 대법관을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박 전 대법관이 30회나 공범으로 적시돼있다. 임 전 차장이 실무를 맡았다면 박 전 대법관은 이를 묵인, 승인,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임 전 차장의 혐의와 많이 겹친다.
공소장에 드러난 사실을 모아보면,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해 일제 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을 두고 청와대·외교부와 사전협의를 하고, 외교부가 재판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사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2015년 2월께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 전략을 짰다. 2015년 7월께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등을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판결로 정리해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 밖에도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수집,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개입, 법관 사찰과 소모임 와해 시도, 부산 판사 비리 은폐,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집행으로 인한 국고 손실 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에 준하여 조사한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할 내용이 방대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