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둘째줄)과 박병대 전 대법관 및 법원행정처장(맨앞).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이 지난달 30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보관 중인 판사 2명에 대한 인사 기록을 압수수색하면서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사총괄심의관실은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판사 인사불이익’ , ‘판사들의 집단 행동 대응’, ‘소모임 와해 전략 검토’ 등의 ‘주역’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인사총괄심의관실은 수뇌부의 지시를 따라 법관 인사나 법관의 집단 움직임과 관련한 대응 전략 등을 구상하고 이를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 이미 검찰은 공소장 ‘대내외적 비판 세력 탄압’ 부분에서 인사총괄심의관실의 활동이 두드러진 걸로 파악했다.
2016년 3월께 김연학 인사총괄심의관은 인사총괄심의관실 노아무개 심의관과 방아무개 심의관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 이 보고서에는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를 폐지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 등 핵심 회원에게 선발성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응하는 전략도 짠다. 2016년 3월께 박아무개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선출되자, 임 전 차장 등 수뇌부는 기획조정실 김민수 심의관을 통해 인사총괄심의관실 방아무개 심의관에게 ‘사무분담 지침 개정 시도’에 대해 대응논리를 개발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2016년 2월께에는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선정에 개입하려 한 정황도 확인된다. 기획조정실 김민수 심의관은 인사총괄심의관실 노아무개 인사제1심의관에게 이메일로 관련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를 송부했다. 64명의 판사의 성향을 빨강, 파랑, 검은색 등으로 구분해 후보자 중 사법행정에 협조적인 법관이 위원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인사총괄심의관실은 이 내용을 검증한 걸로 알려져있다.
또 2016년 5~9월 ‘정운호 게이트’에 관여된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정보를 공유하면서 검찰 수사 대응방안을 모색했는데 이 팀에 인사총괄심의관실 노아무개 심의관도 속해있었다.
지금까지 검찰은 인사제2심의관실에 있는 일부 문건만 확보해 추가 문건 확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인사제2심의관실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처 검토’ 문건이 발견됐다. 송아무개 부장판사와 김아무개 부장판사 등 실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판사들에 대해 평정 조작 또는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이 있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법원이 더는 영장을 기각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압수수색에서도 애초 검찰은 130~140여명의 인사 자료를 요청했으나 2명의 자료만 확보한 걸로 알려졌다. 또 2014년 이전 인사 자료에 대한 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자체 조사해 발표한 1~3차 보고서에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공언해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은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여러 명이 함께 만들었다”며 “법원은 그동안 불이익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문건 확보로) 새롭게 확인된 부분이 있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은 ‘법관 인사에 관한 구체적 운용계획 마련과 시행’, ‘법관 인사에 관한 기록 및 자료의 관리’, ‘법관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인사제1심의관, 인사제2심의관, 인사기획심의관 등이 소속돼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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