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두번째)와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세번째). 이정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제 징용 재판 관련해 일제 전범 기업을 대리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여러 차례 만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일제 징용 재판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2015년 무렵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전범 기업을 대리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송무 담당 한아무개 변호사를 여러 차례 직접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도서관장 출신으로 1998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해왔다.
검찰은 한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를 3차례 이상 만났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때 양 전 원장은 재판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인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징용 재판 개입을 위해 피고 쪽 대리인과 직접 연결된 정황을 확인한 걸로 알려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공소장에는 곽 전 법무비서관과 한 변호사가 양승태 사법부와 긴밀하게 연결돼있음이 이미 확인된다. 이들은 청와대·외교부·대법원·김앤장법률사무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일제 징용 재판 관련해 상고심 심리가 시작되자, 대법원은 외교부의 바람대로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2015년 1월28일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임 전 처장은 그해 4~5월께 곽 전 법무비서관에게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독촉했다고 한다. 이어 곽 전 법무비서관이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에게 의견서 제출을 재촉했다고 한다. 또 곽 전 법무비서관은 징용 재판의 피고인 일제 전범 기업을 대리하던 한 변호사에게 ‘외교부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취지의 서면을 대법원에 제출해달라’는 내용을 전했다고 한다. 실제로 2016년 11월께 김앤장의 요청으로 외교부 의견서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관이 친분이 있던 한 변호사와 수차례 직접 접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우리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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