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두번째)과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세번째). 이정아 기자
“광주지법의 통진당 재산 가처분사건 결정이 나지 않아 ‘밖’에서 난리가 났다. 빨리 상황 파악해보라.”
2015년 1월8일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이던 김정만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전아무개 총괄심의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한 말이다. ‘사건 처리가 늦다’며 채근한 것이다. 전날 오후 광주지법은 “채권자 특정 등이 잘못됐다”며 광주시선관위와 광주시 서구선관위가 낸 통합진보당 재산 관련 가처분사건에 대해 ‘보정명령’을 했다.
이튿날 광주지법에는 두 선관위가 보낸 ‘보정서’가 접수됐다. 법원이 보낸 보정명령은 아직 선관위 쪽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광주지법 담당 재판부는 보정서가 접수된 지 불과 16분 만에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나머지 한건도 1시간5분 만에 처리됐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5일 “보통 보정명령은 우편이나 전자서류로 보낸다. 다만 법원에서 급하게 처리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보정서를 빨리 보내라고 구두로 연락하는 경우 바로 처리될 수는 있다”고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이 행정처에 ‘지시’를 하고, 다시 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이 지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당시 행정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직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 전 비서실장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행정처 쪽에 통합진보당 재산 가처분사건과 관련한 법리 검토를 요청했고, 이후 전국 일선 법원에 법리 검토 내용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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