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법정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은 청와대 인사와의 독대 자리가 “(재판 거래는 없었고) 국무총리직을 제안받는 자리였다”며 징용 재판 거래를 포함해 자신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고 전 대법관은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 “다른 피의자보다 범죄 정도가 약하다”며 영장을 기각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했다. 고 전 대법관은 2시5분께, 박 전 대법관은 3시20분께 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검사는 PPT 자료를 준비해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 입증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고 전 대법관은 “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과 달리)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 거래 혐의가 없지 않냐”며 자신의 혐의가 다른 피의자보다 중하지 않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과 비교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가볍다는 점을 내세운 거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A4 108쪽이고 박 전 대법관은 158쪽이다.
고 전 대법관은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 때와 같은 태도다. 혐의로는 부산 비위 판사 관련 재판 개입 의혹 관련해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해 행정처의 지시를 전달한 점 등이 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소집한 소인수회의에 나가 재판 연기 등을 논의했던 징용 재판 거래와 관련한 의혹도 부인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4월께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징용 사건 처리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재판 거래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는 자리였다”는 내용의 답을 한 걸로 알려졌다. 또 “그 제안을 거절했고, 재판 거래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심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박 전 대법관 변호인은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께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정말 없었으면 한다. 충분히 잘 반론했고 잘 될 것으로 믿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6일 늦은 오후나 7일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기각되면 귀가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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