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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양승태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다” 격앙

등록 2018-12-07 11:14수정 2018-12-07 20:43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 기각

“재판개입 사실 드러났는데
공모관계 성립 의문이라니…”
검찰 “대단히 부당하다” 반발

기각 사유 통해 법원의 판단 의심
‘임종헌 선에서 꼬리 자르기’ 우려
‘독박’ 임 전 차장 진술 확보 관건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선에서 꼬리 자르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다.”

7일 새벽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의 반응은 종일 격앙됐다. 김기춘·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접 만나 일제 강제노역 사건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하고, 눈엣가시 법관에게 거짓으로 ‘정신질환’ 딱지를 붙이고, 일선 법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공모관계 성립 의문”이라는 기각 사유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피의자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재소환,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앞서 수사팀은 영장 기각 직후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인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의 전모 규명을 막은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행위가 집중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에 특히 반발했다. 2년 동안 그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임 전 차장은 구속됐는데, 더 큰 권한을 가지고 불법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직접 실행한 사람은 구속을 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부 공모관계를 사실상 시인한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영장이 기각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영장심사 때 고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는 없었으니 다른 사람보다 죄가 약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과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행정처 심의관 등은 고 전 대법관이 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냐”고 물었고, 고 전 대법관은 “문건에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해도 내가 다 보고받은 게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지시-보고 관계를 영장판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모관계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의심한다.

검찰이 이렇게 반발하는 데는, 두 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 사유가 사법농단 수사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앞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28일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수술해야지 해부를 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 수사 확대에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인 법원이 ‘외과수술식 수사’를 언급한 이후 예상 밖의 구속영장 기각이 이뤄진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보니 ‘대’자가 들어간 사람은 ‘환부’가 아니라는 말”이라고 했다.

법관 조직 논리가 임종헌(행정처 차장)은 몰라도 최고 법관인 전직 대법관과 대법원장까지 처벌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적으로는 대법관까지 구속되는 충격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임종헌만 억울해 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로서는 법원의 ‘꼬리 자르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독박’을 쓰게 될 처지인 임 전 차장의 입을 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양승태→박병대·고영한→임종헌→행정처 심의관’으로 사법농단 관련 지시가 내려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 다만 ‘지시하지 않았다’(박병대·고영한), ‘말하지 않겠다’(임종헌), ‘지시했다고 전해 들었다’(심의관)며 툭툭 끊어지는 상황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 재청구를 하더라도) 이럴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구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최우리 김민경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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