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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죄가 아니다’→‘공모관계 의문’…수사 변곡점마다 새로운 이유 대는 법원

등록 2018-12-11 17:26수정 2018-12-11 21:07

‘범죄 성립 의문’·‘증거인멸 우려 없음’ 등 다양하게 방어
청와대 재판 거래, 인사불이익 실체 드러나면서 다소 변화
검찰 “죄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하니 공모관계·가족 등 들어”
박병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박병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죄가 되지 않는다’→‘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개연성이 떨어진다’→‘공모관계 소명이 부족하다’.

법원이 지난 6개월간 사법농단 수사 주요 변곡점마다 내놓은 판단들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죄가 되느냐’는 식이었다가, 구체적 물증과 진술이 나오며 수사가 확대되자 윗선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거나 부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사유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로 모인다. 10월 말 두 전직 대법관과 ‘공모’한 혐의가 대부분인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판단이다.

지난 9월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 중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영장심사 때는 판단이 또 달랐다. 2700여자에 달하는 판결문 수준의 영장 기각사유는 ‘죄가 되지 않는다’로 채워졌었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사건의 진행 상황과 향후 심리 방향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뒤 임종헌 전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고, 퇴직할 때 재판 관련 문건 수만 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틈을 타 문건 수만 건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압수수색영장 역시 남의 집을 뒤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 어차피 뒤져도 없을 것이라는 ‘예지론’, 있어도 유죄 증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무죄론’ 등 다양한 사유로 기각됐다. 7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수사 때는 ‘주거지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고 하더니, 8월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해당 문건이 재판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9월 박병대 전 대법관 때는 ‘자료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며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9일 이인복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했던 이 전 대법관은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서 중앙선관위와 행정처 사이에 재판 관련 문건을 중개한 의혹이 불거졌다. 그간 소환을 거부했던 이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며 사실관계는 시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지난해 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1차 조사단장이었던 이 전 대법관을 상대로 행정처에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도 캐물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법관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행정처로부터 해당 문건을 받지 못했다. 일부러 조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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