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기호 변호사(왼쪽 둘째)가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해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우리 기자
법원행정처가 서기호 전 판사(현 변호사)의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송에서 ‘피고’인 행정처가 재판장에게 지침을 주는 등 재판 진행에 개입하고 결과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작성한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비판적이던 서기호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방안으로 “7월2일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 필요”라고 쓰여 있다. 서 변호사가 행정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판사 재임용 탈락 취소 행정소송의 변론을 7월2일로 종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문건은 6월30일에 작성됐다. 행정처가 이틀 뒤인 7월2일에 변론이 종결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그도 아니라면 재판부에 7월2일에 종료하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7월2일 변론을 종결했다.
앞서 서 변호사는 2012년 2월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뒤 같은 해 8월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법원행정처장에게 서 변호사의 판사 시절 인사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행정처는 ‘미공개 자료’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당시 재판부는 인사자료에 대한 검토 없이 행정처가 예고한 날짜에 변론을 종결했다. 그리고 변론 종결 40여일 뒤 재임용 탈락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조한창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이 사건 재판장이었던 박연욱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빨리 끝내라”는 취지의 지침을 줬으며, 7월2일 변론 종결을 전제로 ‘심리적 압박 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 조사를 받은 서 변호사는 “행정처가 그날 재판이 끝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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