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으로 여론의 타깃 돼
후퇴한 자체개혁안 내놓고 방어전
사개특위서 두루뭉술 처리 기대
후퇴한 자체개혁안 내놓고 방어전
사개특위서 두루뭉술 처리 기대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는 가운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나서게 된 대법원은 여러모로 셈법이 복잡하다. 여론의 타깃이 검찰개혁에서 법원개혁으로 바뀌며 수세에 몰린 상황이지만, 대법원장이 가진 핵심 권한을 대부분 유지하는 자체안을 국회에 내놓으며 사실상 ‘현상 유지’와 ‘개혁 방어’에 나섰다.
사개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즈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 수사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신청과 기각을 거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을 향해 급하게 치달을 전망이다. 이래저래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법원개혁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 요구는 사그라지고 법원개혁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법농단 의혹의 규모와 심각성이 지난해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탓이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이 만든 사법발전위원회 및 후속추진단의 사법행정개혁 방안을 ‘내부 여론’을 앞세워 크게 뜯어고쳤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바뀐 대법원의 개혁안에 대해선 “이게 무슨 개혁인가, 아예 지금 이대로가 이 안보다 훨씬 나을 듯하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등 험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개정 의견을 보고받은 사개특위 법원법조개혁 소위원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혁 의지 후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대법원 쪽은 사개특위 초반 여야의 ‘동상이몽’ 분위기를 보며 ‘해볼 만하다’는 기류라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25일 “소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무슨 이런 황당한 것을 들고 왔느냐’는 반응은 아니었다”는 내부 평가를 내놓았다. 여당 쪽이 법원 안을 거부하면서 더 강한 내용의 법안을 새로 내놓을 가능성도 크지 않고, 야당 쪽은 사법개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대법원 쪽의 상황 분석이다. 또 법원개혁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검찰개혁 논의에 연동되도록 한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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