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3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는 김용덕 대법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용덕·차한성 전 대법관을 지난달 말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지연되는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안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개 소환하기 위한 ‘밑돌 다지기’ 성격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두 전직 대법관을 지난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8~9월 접수된 강제노역 사건 재상고심 주심 대법관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대법관은 2016년 말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사건을 전원합의체 보고 안건으로 상정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제노역 피해자 소송은 이미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재상고심에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 접수 직후인 2013년 9~10월께 청와대와 외교부로부터 △재상고심이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해달라 △심리 과정에 정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이 사건은 김 전 대법관이 2017년 12월 말 퇴임할 때까지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대법관이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강제노역 사건 재상고심을 ‘파기’하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법관은 두번째 검찰 소환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첫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그는 2013년 12월1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강제노역 사건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 방안을 논의했다. 차 전 대법관은 당시 회의 내용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차 전 대법관에 대한 2차 조사에서 그가 행정처장으로 있던 2012~2013년 작성된 법관 인사 불이익 문건 작성 경위와 대법원장 보고·지시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차 조사 때는 검찰이 해당 문건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까지 검찰에서 조사받은 전직 대법관은 차한성, 민일영, 박병대, 고영한, 이인복, 김용덕 전 대법관 등 6명에 이른다. 검찰은 이달 중순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2019년 시무식에서 “법원이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려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이라며 “이를 위해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은 사법부 스스로 다시 쌓아 올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올해도 사법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조금 발걸음이 더디더라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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