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1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때 가서 보겠다”고 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법 농단’ 정점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에서 몸으로 막아서겠다고 예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 관계자는 “11일 아침 전국 법원노조 간부 30~40명이 대법원 문 앞에 나와 양 전 대법원장을 막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노조는 이날 대법원 경내로 들어오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예정이다.
노조 쪽은 10일 법원내부게시판(코트넷)에 성명서를 올려 “사법 농단 몸통 양승태의 오만이 극치에 달했다”라며 “양승태 기자회견을 대법원에서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것이다.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 농단 정점에 있는 양승태가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은 법원 내 적폐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이고 끝까지 법원을 자극하여 혼란을 야기하려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지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기자회견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기자단을 통해 “10일 오후 대법원을 방문해 (기자회견이 가능한지) 타진하겠다. 대법원 로비가 안 되면 정문 앞에서라도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대법원 쪽은 10일 오후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청사 안 기자회견을 불허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다. 이후 걷거나 차량으로 대로를 건너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판사는 “자기 지지세력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대법원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발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께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11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공개 소환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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