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1일 대법원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전직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 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11일, 조재연 대법관이 새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했다. 평소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강조했던 조 신임 처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의 자기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법원 개혁 법안 마련과 사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조 신임 처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본관 16층 무궁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번 무너진 사법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며 “제도와 의식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법관들이 처리하는 사건 하나하나에서 법원 직원들이 마주하는 민원인 한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 시·군 법원을 찾아와 호소하는 서민 대중들로부터 가장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진정으로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했는가. 개인의 성향과 법관의 양심을 혼동하거나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부여된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 없는가”라고 물은 뒤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 신임 처장은 법원행정처가 직면한 과제를 △법원 개혁 법안 마련 △사법부 내부 소통과 치유 △사법제도 개선 등 세 가지로 뽑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 입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정안에는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회의 설치 등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조 신임 처장은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 수도 있다”며 “끝까지 배에 남아 항구까지 무사히 배를 인도하는 선장의 자세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조 신임 처장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한 분산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을 강조했다.
신임 행정처장이 취임하는 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조 신임 처장의 취임식보다 주목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정문 밖 기자회견의 파장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오전 9시50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 외에 다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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