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심사를 받은 피의자의 인치 장소는 보통 구치소, 교도소, 경찰서 유치장과 검찰 내 조사실 등으로 제한된다. 장소를 결정할 수 있는 법원이 ‘사법부 수장’과 전직 대법관에 대해 특별한 예우는 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관은 구치소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따로 수용동 안 유치실에서 대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5월 바뀐 법무부의 규정을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은 먼저 신분 확인을 한 뒤 소지품을 맡긴다. 이어 가운을 입은 채 맨눈으로 신체검사를 받는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수용동 안에 있는 유치 거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그 상태로 24일 새벽에 나올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개정 전에는 속옷을 다 벗고 가운만 입은 뒤 카메라로 신체를 촬영하는 방식의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다. 또 대기 중이라도 수용자복을 입었고, 미결수들과 함께 미결수용실에서 대기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수용시설마다 유치실 규모는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직 구속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구치소나 교도소 입소 절차를 따르는 것을 두고 인권 침해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국정농단 사건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력인사들이 대거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과 경찰에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면서 지금과 같이 달라졌다.
한편 ‘행정부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구치소로 가지 않고 검찰청 조사실에서 대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아 집에서 대기했다.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은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결과를 기다렸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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