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이 5일 대법원에 증거자료와 함께 ‘비위 사실’을 통보한 현직 법관은 모두 66명에 달한다. 법관 명단을 받아든 대법원이 ‘셀프조사’와 ‘솜방망이 징계’ 우려를 어떻게 씻어낼지 주목된다.
검찰의 통보와 동시에 대법원이 곧바로 징계 절차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소속 법원장 등이 자체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추려 징계를 청구하면 법관징계위원회가 징계 대상자와 징계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수순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기소 내용 및 비위 사실 통보 내용을 토대로 자료를 검토하고, 필요한 인적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실 확인을 거친 뒤 징계 청구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혹독한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를 청구한 법관 13명 중 5명은 징계를 피했고 나머지 8명은 ‘정직 3명, 감봉 4명, 견책 1명’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대법원이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상당수 법관은 ‘솜방망이 징계’조차 피해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법관징계법은 법관 징계 시효를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1~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진행된 사법농단 행위의 상당수는 이미 징계 시효가 지났거나 만료가 임박했다. 예를 들어, 정다주 당시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관해 검토 문건을 만든 시점은 2014년 12월3일로 징계 시효가 이미 지났다. 2016년 3월22일 헌법재판소장을 비난하는 법률신문 대필 기사를 작성한 문성호 당시 사법정책실 심의관의 경우, 기사 대필 시점을 기준으로 징계 시효를 따졌을 때 시효가 불과 17일(5일 기준)밖에 남지 않았다.
한 현직 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다 나와 있는 사실을 대법원은 검찰이 비위 사실을 통보할 때까지 기다렸다. 징계를 위한 조사는 바로 하면 되는데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 언론에 기사 하나만 나와도 징계에 착수하던 과거에 비춰보면 충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장예지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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