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녹색당 주최로 열린 `고 장자연 이후 10년, 장자연 특별법 제정과 성폭법 개정의 필요성' 토론회에 참석한 윤지오씨가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배우 장자연씨 성접대 강요 의혹’ 사건은 ‘뜨거운 감자’였다. 사회에서만큼이나 조사단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장씨 특수강간 의혹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수사권고 검토 요청한 것인지를 두고 조사팀원 사이에 말이 엇갈리면서 ‘내홍’ 논란이 일 정도였다.
지난달 23일 오후 진상조사단은 전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에 한 중간보고 내용을 알렸다. 진상조사단은 조사4팀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어 “장자연의 성폭력 피해 의혹과 관련한 진술들이 있는데, 제기된 의혹상의 불법(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이 중대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며 “과거사위가 검찰에 성폭력 피해 의혹과 관련한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도록 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배우 윤지오씨는 “장씨의 행동은 술에 취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며 술이 아닌 약물에 취한 장씨가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죄 적용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졌는데, 진상조사단에서 이를 근거로 정식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한시간 뒤 조사단 내부 단원이 보도자료 내용과 다른 말을 전했다. 이 단원은 “윤씨가 의혹을 제기하니 기록을 좀 봐달라는 그런 의미로 ‘일부’ 의견이 나와서 보고한 것이지, 혐의가 인정되는 것인 양 보고된 게 절대 아니다. 조사4팀 명의로 보도자료가 나간 것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4팀 단원 4명은 자료를 내어 “수사권고에 이를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며 “조사단원 중 ‘만에 하나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경우를 가정해 관련 조사 기록을 검찰로 인계하자’는 의견이 존재해 검찰과거사위에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윤지오씨 주장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받아들였는지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검찰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특수강간 의혹 수사 권고를 검토해달라는 진상조사단의 요청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내홍은 장씨 사건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데 국민적 관심과 열망은 크지만, 정작 공소시효 문제나 물증 부족 등으로 수사권고를 끌어내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난국을 타개(수사 개시)하고자 일부 조사단원이 여론에 호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진상조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팀 내 이견이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며 “20일 검찰과거사위 마지막 회의에서 수사권고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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