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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서울대, 코로나19 신속 PCR검사 도입 논란…왜?

등록 2021-03-18 20:37수정 2021-04-12 17:03

신속 PCR검사 수행할 의료인력 없고
타액검사는 방역당국 승인받은 바 없어
앞서 실시한 영국에선 ‘위양성’ 문제 속출
서울대 정문.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대 정문. <한겨레> 자료사진

“대면 수업을 목표로 3월 말 코로나19 신속-선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도입하겠다.”

서울대는 이달 초, 국내대학 중 처음으로 이런 포부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 대학의 일상을 확진 여부를 빨리 알 수 있는 코로나19검사로 되찾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서울대 쪽은 전면 시행에 앞서, 자연과학대학 소속 구성원 1800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선제검사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신속 PCR검사는 환자의 비인두·구인두 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디엔에이(DNA)를 복제해서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현재 방역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과 비슷하다. 다만, RT-PCR검사는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6시간이 걸리는 반면, 신속 PCR검사는 1∼2시간 내로 결과를 알수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18일 <한겨레>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런 서울대의 코로나19 신속·선제검사 구상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대학에서 신속 PCR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아서다. 서울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일부 구성원에 대해 신속 PCR검사를 실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지만, 서울대 안팎과 보건의료계에선 “서울대가 검사의 정확성이나, 시행 가능성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섣부르게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신속검사 논란과 관련한 쟁점을 짚어봤다.

경기도 여주시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신속 PCR 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여주시 제공.
경기도 여주시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신속 PCR 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여주시 제공.

1. 대학에서 신속 PCR 검사를 누가 어떻게 실시할 수 있을까?

신속검사는 우리가 보건소 임시선별소에서 받는 정식 PCR검사와 달리 병원 응급실·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긴급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다. 예컨대, 큰 상처를 입어서 응급치료가 필요하지만, 체온이 높아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바로 감염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어 신속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국내 생산 신속검사 키트는 현장에서 바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없고, 기존의 검사장비를 쓰면서 시간만 단축하기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다”며 “수입하는 두 가지 키트를 주로 사용하는데 수가 부족해서 병원에서도 극도로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주체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감염병예방법 16조는 병원체 확인기관으로 질병관리청, 국립검역소,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소, 진단검사 전문의가 상근하는 의료기관, 진단검사의학과가 개설된 의과대학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3차 유행의 여파가 지속하면서 연일 4백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 업무까지 겹치면서 보건의료 현장에선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수업 정상화’를 목표로 의료인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대책이었다.

이혁민 연세대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와이티엔과의 인터뷰에서 “신속검사라고 부르는 것들은 전부 다 빠른 검사결과가 나오는 대신에 정확도를 많이 희생한 검사”라며 “(정확도)평가의 문제도 일부 있고 하기 때문에 신속 PCR을 쓰는 건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설문조사 결과. 서울대 누리집 갈무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설문조사 결과. 서울대 누리집 갈무리

2. 질병청 승인된 적 없는 ‘침(타액)’ 검사

서울대는 의료인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침(타액)’ 검사 시행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이 비인두도 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의뢰를 보내는 과정을 생략하고,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구성원들의 타액을 모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은 3월 초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언론에 발표했다. 대학원생 2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0.1%가 “신속 PCR검사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2.7%는 “신속검사 도입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선호하는 검사방식이었다. 응답자의 61.3%가 ‘타액검사’를 꼽았고, 11.3%가 ‘비인두도말 검사’를 꼽았다.

하지만 타액을 이용한 코로나19 감염검사는 국내에서 승인된 적이 없고, 검사의 정확성 등이 입증된 적이 없어 당장에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방대본은 “타액검사를 할 수 있는가?“라는 <한겨레>의 질문에 대해 ”현재 국내에선 타액검사가 가능하도록 허가된 제품이 없다”고 못 박았다.

타액검사의 정확도도 아직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타액검사의 민감도(실제 양성인 사람을 양성으로 판단)는 비인두도말 검사 대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말 프랑스 국립 보건의료 연구소(INSERM)이 발간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무증상 환자에 대해선 민감도가 24%에 그쳤다. 게다가 타액을 채취하는 방식은 침을 뱉는 방식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타액검사와 관련해선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확도가 있다는 보고도 있어 앞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바이오산업체 고위 관계자는 “PCR 검사는 게놈 분석이나 다른 검사들에 비하면 복잡한 기술은 아니어서, 최근에 소개되는 타액검사 기술들을 보면 비인두도말 검사와 비슷한 정확도를 보이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대학들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타액 검사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서울대는 타액 검사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내부 실험에 착수했지만 이 실험을 근거로 식약처에 진단키트 승인요청을 할 수는 없어, 타액 검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어떤 검사를 도입해도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없다”

코로나19 신속검사 도입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마지막 문제는 신속 PCR검사를 도입하든, 타액검사를 도입하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현재 유지하고 있는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서울대가 신속검사 도입과 관련해 공식 질의를 한 것에 대해 방대본은 “(신속)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위양성·위음성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검사 여부와 관계없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방대본의 설명은 방역 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정식 PCR검사가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검사’이기 때문에 검사결과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위양성’은 실제로는 음성인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 ‘위음성’은 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검사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해 검사를 하고도 학교 안에서 마스크 착용, 강의실 내 낮은 인구밀도 유지 등을 완화할 수 없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신속검사를 도입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속검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했던 영국에서도 최근 ‘위양성’이 큰 문제로 대두했다. 영국 <비비시>(BBC)가 지난 1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영국에서 실시하는 신속검사 결과 ‘위양성’이 속출해 실제로는 코로나19 감염이 되지 않았는데 양성판정을 받아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비비시와 인터뷰한 레이철 스튜어트는 “16살 된 아들이 학교에서 신속검사를 받고 양성판정을 받아 두 여동생과 함께 격리됐는데 다시 검사를 해보니 음성이 나왔다”며 “그런데 여전히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격리돼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의 의사인 레이철 클록도 “아들의 학급에서 신속검사 결과 한명이 양성이 나와 전원이 격리조치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실시한 PCR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다”며 “위양성이라는 잘못된 검사결과 때문에 수십명의 아이들이 10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은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위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학생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음성이기 때문이다. 위양성률이 1%만 되어도 1천명을 검사할 때마다 확률적으로 10명의 양성(실제로는 음성)판정이 나올 수 있어 영국 사례에서 보듯 검사결과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2021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참석 대학생들이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 증언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2021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참석 대학생들이 다른 참가자의 피해사례 증언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처럼 한계가 뚜렷하고 실효성이 크지 않은 신속검사 도입을 서울대가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크고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년 넘게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하고, 실습수업은 제대로 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최근에는 등록금 반환 시위 움직임까지 보이자 학교 쪽에서도 강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자칫 의료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신속검사 도입이나 캠퍼스 개방 등은 방역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하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늘고, 모든 보건·의료기관이 바짝 긴장한 상황”이라며 “정확도가 높지 않은 검사로 위양성 환자를 만들어서 중복으로 확진 검사를 실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방역자원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쪽은 “도입하려는 것이 일회성 검사가 아니라 주기적 분자진단 패키지이고, 양성자가 나올 경우 보건소에 연락해 선별진료소에서 표준진단을 받으며 확진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중대본의 방역 프로토콜 지침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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