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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렴” 이 중사 분향소에 놓인 어머니의 편지

등록 2021-06-08 16:43수정 2021-06-08 16:45

“사랑하는 나의 예쁜 딸, 엄마가 미안해”
8일 경기 성남국군수도병원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에 놓인 어머니의 편지. 김윤주 기자 (유족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8일 경기 성남국군수도병원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에 놓인 어머니의 편지. 김윤주 기자 (유족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예쁜 딸. 엄마가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그 아픔 같이 나눠 지지 않아 미안해.”

8일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이 중사의 사진과 국화꽃 사이에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편지 한 장(사진)이 놓였다. 이 중사의 유족은 “어머니가 딸을 떠올리며 쓴 편지”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그 외로움 달래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그래도 다음엔 (다시) 엄마 딸로 태어나주면 좋겠어. 그땐 아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깜깜하지 않게 지켜줄게”라고 적었다. 이어 “그러니 지금부터 모든 고통, 아픔, 외로움 다 버리고 하나님 곁에서 행복하렴. 우리 딸, 너무 사랑해”라고 적었다. 편지에 붙은 색색의 나비 장식 위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렴”이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이 중사의 분향소에는 이 중사의 고등학교(공군 항공과학고) 후배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도 놓여있었다. 그는 “총학(총학생회 대표로서)으로서 엄하게 저희를 대하셨지만, 그 속에 누구보다도 저희를 아끼셨던 마음을 너무나도 따뜻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더욱 그립습니다”라며 “이 편지에 다 적지 못한 저희들의 추억이 이 순간에도 계속 떠오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선배님이 계셨기에 저와 제 동기들은 항과고(항공과학고) 학생의 자세에 대해 배웠고, 군인의 멋을 알게 됐으며, 되고 싶은 선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선배님을 닮은, 또 다른 선배가 되어 다시는 외로운 후배를 만들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중사의 사진 앞에는 가족과 지인이 쓴 편지뿐 아니라 성경과 십자가, 이 중사가 평소 좋아하던 과자, 이 중사가 아끼던 반려묘를 대신한 고양이 인형, 국화와 꽃다발 등이 놓여있었다. 분향소에는 이 중사가 즐겨듣던 ‘커피소년’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누가 내 맘을 위로할까/누가 내 맘을 알아줄까/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기댈 곳 하나 없네/이젠 괜찮다 했었는데/익숙해진 줄 알았는데/다시 찾아온 이 절망에/나는 또 쓰려져 혼자 남아있네/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괜찮다 말해줄게”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이 중사 죽음 ‘없던 일’ 되지 않게”…400번의 온라인 추모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84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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