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성남국군수도병원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에 놓인 어머니의 편지. 김윤주 기자 (유족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예쁜 딸. 엄마가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그 아픔 같이 나눠 지지 않아 미안해.”
8일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이 중사의 사진과 국화꽃 사이에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편지 한 장(사진)이 놓였다. 이 중사의 유족은 “어머니가 딸을 떠올리며 쓴 편지”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그 외로움 달래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그래도 다음엔 (다시) 엄마 딸로 태어나주면 좋겠어. 그땐 아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깜깜하지 않게 지켜줄게”라고 적었다. 이어 “그러니 지금부터 모든 고통, 아픔, 외로움 다 버리고 하나님 곁에서 행복하렴. 우리 딸, 너무 사랑해”라고 적었다. 편지에 붙은 색색의 나비 장식 위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렴”이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이 중사의 분향소에는 이 중사의 고등학교(공군 항공과학고) 후배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도 놓여있었다. 그는 “총학(총학생회 대표로서)으로서 엄하게 저희를 대하셨지만, 그 속에 누구보다도 저희를 아끼셨던 마음을 너무나도 따뜻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더욱 그립습니다”라며 “이 편지에 다 적지 못한 저희들의 추억이 이 순간에도 계속 떠오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선배님이 계셨기에 저와 제 동기들은 항과고(항공과학고) 학생의 자세에 대해 배웠고, 군인의 멋을 알게 됐으며, 되고 싶은 선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선배님을 닮은, 또 다른 선배가 되어 다시는 외로운 후배를 만들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중사의 사진 앞에는 가족과 지인이 쓴 편지뿐 아니라 성경과 십자가, 이 중사가 평소 좋아하던 과자, 이 중사가 아끼던 반려묘를 대신한 고양이 인형, 국화와 꽃다발 등이 놓여있었다. 분향소에는 이 중사가 즐겨듣던 ‘커피소년’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누가 내 맘을 위로할까/누가 내 맘을 알아줄까/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기댈 곳 하나 없네/이젠 괜찮다 했었는데/익숙해진 줄 알았는데/다시 찾아온 이 절망에/나는 또 쓰려져 혼자 남아있네/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괜찮다 말해줄게”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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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 죽음 ‘없던 일’ 되지 않게”…400번의 온라인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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