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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백신반응에 ‘월경이상’ 넣고, 112통계에 성 분류도

등록 2021-12-30 18:59수정 2021-12-30 19:33

젠더 보도가 채워넣은 젠더 데이터의 ‘빈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정규직도 17→21명으로

‘2020년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해 112에 신고한 ‘여성’은 몇 명일까?’

올해 상반기까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경찰 내 소수 통계 담당자에 불과했다. 경찰이 여태 사이트에 공개해온 112신고 통계는 △성별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 ‘여성 신고자’만을 파악할 수 없었고 △‘중요범죄’라는 카테고리 안에 살인·절도·성폭력 등 다종의 범죄가 섞여 있어 ‘가정폭력’ 신고만을 발라내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경찰 통계자료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이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다. 경찰이 기존 통계를 보다 성인지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2021년 <한겨레> 연속 기획 보도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가 가져온 작은 변화다. 경찰은 올해 하반기 112신고 관련 통계 목록에 ‘주요 젠더폭력범죄 신고자 성별 분류 현황’을 추가했다. 이제 매년 성폭력·가정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관련 112신고가 각각 몇 건인지, 신고자 성별과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사가 국가 범죄 통계의 ‘빈칸’을 일정 부분 메우는 시작이 된 셈이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보도된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연속 기획은 젠더폭력·산업재해·채용성차별·모성보호 등의 영역에서 국가가 생산하고 있는 ‘불완전한 통계’를 하나씩 짚고,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도 후 상당수의 통계가 개선됐거나, 개선을 앞두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내년 상반기 발표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2021년도 심의현황 분석’부터 ‘성별 업무상질병 인정률’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단은 매년 업종별·규모별·지역별·연령별 업무상질병 인정률을 집계해 왔는데, 정작 가장 기본인 ‘성별’ 인정률은 빠져 있었다. 고용노동부 내부자료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2015년 기준 남성의 인정률이 여성보다 10%p 높았다. 남성의 경우, 질병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받을 가능성이 여성보다 컸다. 기사는 통계의 부재가 여성이 겪는 산업재해의 정확한 규모 파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보도 이후 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통계 개선을 논의했고 내년 상반기 발표되는 통계부터 성별 업무상질병 인정률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공공기관 채용 공정성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공공기관 면접 성비’ 데이터를 책임있게 관리·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데이터의 중요성과 관리 실태가 <한겨레> 보도로 처음 지적된 뒤의 변화였다.

지난 2018년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채용성차별 해소방안’을 내놨다. 금융권과 공기업에서 채용 성차별 사건이 잇따라 터진 이후였다. 여기에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시 면접 성비 기록·관리’가 포함돼 있었다. 면접 성비와 최종 합격자 성비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면 이를 성차별의 ‘간접 증거’로 보고 근로감독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고심 끝에 발표한 지침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체 파악한 결과, 지침 미이행률이 43.3%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관리 소홀 문제를 추가로 보도하자 기재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해당 데이터 기록·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이상 반응 항목에 ‘월경 이상 반응’을 추가했다. 백신 접종 이후 적지 않은 여성이 부정출혈 등 월경 이상반응을 토로했으나, 질병청은 이를 ‘기타’ 항목으로만 수집해왔다. ‘기타’ 항목으로 묶이면 정확한 통계 산출도, 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보도 뒤 질병청은 항목에 ‘월경 이상 반응’을 추가했다.

‘통계’뿐 아니라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데 일조한 기사도 있었다. 지난 10월 <한겨레> 젠더팀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 이용자와 지원실적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인력·예산은 되레 축소되는 문제를 고발했다. 센터 상당수 인력이 ‘기간제’로 채용돼 △전문성이 쌓이지 않고 △피해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보도 이후 여성가족부는 ‘2022년 업무보고’를 통해 “센터 정규직 인력을 올해 17명에서 내년 21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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