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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나의 ‘오빠들’에 열광하다

등록 2007-11-01 21:49

김연/소설가
김연/소설가
2050 여성살이/

“야~ 이제 공방(공개방송) 뛸 수 있겠다!”

서울 이모네로 옮기면서 남긴 어록답게 딸은 지금 혁혁한 ‘오빠부대’의 일원이 되어 있다. 나의 딸(참고로 조폭보다 더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은 얼마 전에 전향했다. 동방신기에서 신화로. 다섯에서 여섯으로.

아무리 딸이 꽃미남들의 전신 브로마이드로 벽에 도배를 해도 내 눈엔 그 분이 그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특이하기도 하신 성함들과 주먹만한 얼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까지도 족집게 도사가 되어 가려내고 있었다. “저 부분 누가 불렀게? 맞춰 봐!” 하는 식으로 시도때도 없이 퍼붓는 딸의 질문 공세를 무사히 통과해 사랑받는 엄마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다보니.

하여 내겐 그들의 노래나 생김새보다도 성원의 숫자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내심 멤버가 단 둘인 플라이투더스카이에 올인해 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딸의 취향을 내 어이하리. 그나마 슈퍼주니어 팬이 아닌 걸 위로로 삼고 있다. 13인(아직까지는)의 아해는 내겐 너무 버거운 존재들이므로. (엘프를 비롯한 슈퍼주니어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따로 또 같이’ 신화의 멤버들 공연장을 비롯해서 딸은 지금 도시의 이곳 저곳을 새로운 친구들과 숨가쁘게 횡단중이다.

바다 건너 엄마는 또 어떠한가. 쓰리 도그 나이트(three dog night), 퀸 라티파(Queen Latifah), 수잔 베가 (Suzanne Vega), 팻 메시니(Pat Metheny) 그리고 밥 딜런과 엘비스 코스텔로(Bob dylan and Elvis Costello)…. 내가 아이오와에 머무르고 있다는 첩보라도 입수했는지 한 때 그리고 여전히 나의 우상이신 분들이 이 작은 도시에 친히 왕림해주고 있으시다. 그 중에서도 수잔 베가의 공연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딸이 제일 처음 배우고 부른 팝이 그녀의 ‘탐네 식당’(Tom’s diner)이었으므로. 세월을 비껴가는 단발머리 ‘소녀’의 공연에 모녀가 나란히 서서 기립박수를 보내지 못함을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체육관을 뒤흔드는 청중들의 기립 박수에 무대로 다시 올라온 밥 딜런이 마지막으로 부른 곡은 ‘구르는 돌처럼’ (Like a rolling stone). “How does it feel?”을 광란의 춤과 함께 목이 터져라 소리치면서 나의 ‘오빠’에게 나도 예를 갖추었다.

구르는 돌처럼 아침이면 탐네 식당에 홀로 앉아 신문을 펼치며 우유를 잔뜩 넣은 커피를 마시겠노라고, 그렇게 떠돌다 얼어붙은 겨울 어느 거리에서 객사를 하더라도 에디트 피아프 그녀가 노래하듯 내 인생에 후회나 미련 따윈 없을 거라고. 생애 처음 맞는 이국땅에서의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가고 있다.


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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