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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차별은 권리가 아닙니다

등록 2007-11-15 20:15

우효경/칼럼니스트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여성살이/

얼마 전 오랜동안 지켜봐오던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 십주년 기념일 소식을 들었다. 이성애자 부부들도 10년을 함께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동성애자들은 어떠랴. 주위의 편견과 잠재적 차별 위험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그들은 함께 보낸 십년을 계기로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용감하게 자신들의 사랑을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한다. 동성애자로 ‘낙인’ 찍히는 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절대 커밍아웃하지 않겠다던 그였다. 마침내 어머니께 자신들의 사랑을 고백했을 때, 잠시 말이 없으시던 어머니는 “그랬었구나. 00이 좋은 사람인 건 내가 알지. 행복하게 잘 살아야한다”라고 말씀하시고 커플링과 꽃다발을 선물하셨다 한다. 그들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괴로워했는지를 지켜봐온 나로서는 내 일처럼 기뻐서 눈물이 났다.

최근 법무부가 상정한 차별금지법안은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 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과 보수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서라고 한다. 그들의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에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웬 말이냐”라는 선정적인 구호까지 붙었다. 그 의견을 받아들여 항목을 삭제했다는 것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도리어 차별을 조장하는 판이 되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나는 무엇보다 그 법을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단체 및 각종 보수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정말 한번이라도 동성애자들과 ‘만나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만약 만나보았다면 “회개하십시오”라는 말 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건넨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하는 괴로움을 안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호모새끼들은 다 죽여 버려야 돼”라고 내뱉던 과 동기의 옆에서 얼굴이 굳어진 채 서 있던 그의 친구는 게이였다. “동성애는 정신병이죠”라고 이야기하던 교수의 수업 시간에 얼굴을 숙인 채로 묵묵히 필기를 하던 그녀는 레즈비언이었다. 동성애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당신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차별은 권리가 아니다. 당신의 가족이 중요하고 당신의 사랑이 중요하다면, 그들의 삶도, 그들의 가족도, 그들의 사랑도 중요하다. 생색내기식 차별 금지 법안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차별 금지 법안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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