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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고마워! 자유 일깨워준 친구들

등록 2007-11-22 19:53

김연/소설가
김연/소설가
2050 여성살이/

아이오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보스톤을 거쳐 뉴욕에 와 있다. 두 달 반 넘게 지냈던 아이오와를 떠나올 땐 친구들과 이별을 고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가슴 아프게 헤어져야 했던 친구들 중에서도 잭과 바트는 정말 특별한 친구들이다.

바트는 미국 땅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남자다. 시카고 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범죄자 수준의 조사를 당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씨다 래피즈(Cedar Rapids) 공항에 한밤중에 내려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눈망울이 맑은 젊은 남자가 다가와 “김?”이냐고 물으며 손을 내밀었다.

바트는 내가 참여했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서 운전기사 요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잭은 바트의 평생지기 친구이자 룸메이트다. 둘 다 아이오와 대학에 재학 중이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백인이 많은 도시답게(첫 번째는 뉴햄프셔란다) 백인이고, 시카고 중산층 집안의 아들들이지만 ‘당연하게도’ 바나 커피숍에서 일을 하며 생활비를 제 손으로 벌고 있다. 바트의 부모님은 싱글 맘과 싱글 대디로 만나 재혼했으며 잭의 부모님은 오랜 별거 끝에 얼마 전 이혼했다. 나 또한 이혼해 싱글맘이니 ‘콩가루 집안’ 출신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우정은 애당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트 21, 잭 23. 이 둘의 나이를 합하면 내 나이다. 그들의 집에서 열렸던 한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폴 사이먼의 코다크롬(Kodachrome)을 함께 부르던 순간, 영화에서만 보았던 후카(hookah)란 걸 태우던 순간, 게이 바에서 광란의 춤을 추던 순간, 생애 처음으로 이국에서 맞는 생일에 축하 잔을 부딪치던 순간…. 그 둘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은 아름답게 빛나는 내 40대의 연대기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아이오와를 떠나기 전날, 우리는 이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만남을 가졌다. 호텔방에서 키워왔던 보라색 국화 화분, 쓰다 남은 세제 등속, 마시다 지친 밀러 캔 맥주 등등을 기증하자 그들은 한식당으로 날 데려가 푸짐한 저녁을 사 주었다. 세 곳의 술집을 돌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오와의 내 집인 호텔 로비였고 얼굴을 쓸다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양옆에 주저앉아 어쩔 줄 몰라 하던 두 남자. 우아하게 작별을 고하려던 당초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쳐 줬던 우리 말, 안녕!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우리는 안녕이라고 한단다. 만남이 이별이고 이별이 만남인 거지. 바트, 잭, 안녕! 정말 고마웠어. 난 지금 너희들이 내게 하지 못했던 말을 듣고 있단다. 연! 지금보다도 더 많이 자유로워져!


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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